"두 번 질 수 없다".
전북 현대는 지난 5일 저녁 전주 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알 사드(카타르)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2011' 결승전에서 이승현이 후반 종료 직전 2-2 동점골을 넣었지만 승부차기에서 2-4로 패배했다. 전북은 지난 2006년 대회 우승 이후 5년 만의 왕좌 탈환을 눈 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전북은 AFC 챔피언스리그 12경기서 33골을 올리며, 이번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참가한 32개의 클럽 중 가장 높은 경기당 평균득점(2.75)를 기록했다. 이는 2위 세파한(이란, 9경기 19골)의 2.11골보다 훨씬 높은 수치. 말 그대로 '닥공'(닥치고 공격)을 보여준 것.

'닥공'의 중심에는 이동국이 있었다. 준결승전까지 무려 9골을 넣으며 당시 2위 그룹(6골)과 큰 차이를 벌려 놓았다. 결승전이 열리기 전 이미 득점왕 등극을 확정 지은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이에 AFC는 이동국을 대회 MVP로 선정했다.
하지만 그는 웃을 수 없었다.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와 4강 1차전서 부상을 당한 이동국은 끝내 결승전에도 교체 출전해야 했다. 생각보다 더딘 회복에 아시아 정복의 꿈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MVP 자격으로 취재진과 만난 이동국의 표정은 어두웠다. 개인상을 2개나 받은 영광의 주인공이었지만 전북의 우승을 이끌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이었다.
그는 경기 후 가진 인터뷰서 "중요할 때마다 부상으로 정상적이지 못한 경기를 하게 돼서 내 자신에게도 원망스럽다"며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는 것 같다.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다. 응원해주신 모든 팬들에게 죄송스럽다"고 고개를 떨궜다.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정규리그 우승도 맛봤고 사상 초유의 개인상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면서 최고의 자리를 모두 차지했지만 아시아 정상 등극에는 실패했다. 그만큼 그에게 안타까움은 더할 수밖에 없었다.
굳어진 얼굴로 인터뷰에 임한 그는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결승전을 앞두고 경기에 나서지 못해 안타까웠다. 어려운 경기가 계속되는데 밖에서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며 “부상이 완전히 낫지 않아 제대로 된 플레이를 못보여 준 것 같다. 남은 기간 몸 관리를 잘해 챔피언결정전에서 꼭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그는 "두 번 질 수 없다"라면서 K리그 챔프전에 대한 각오를 나타냈다.
정규리그서는 정상에 올랐지만 아쉬움이 남는 ACL 결승전이었다. 하지만 그가 사자후를 토할 무대는 아직 닫히지 않았다. 굳은 얼굴이지만 다짐만은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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