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의 군경부대 복무, 득 될까 독 될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11.06 07: 36

2년간의 군복무, 도약의 기회인가 기량 소모의 기간인가.
올 시즌 롯데의 에이스로 활약한 장원준(25,롯데)의 입대를 두고 다시 한 번 투수의 군 복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1일 장원준을 비롯한 최종 합격자 25명을 확정 발표했다. 장원준은 올 시즌 29경기에 출전, 180⅔이닝 15승 6패 평균자책점 3.14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2004년 데뷔 후 통산 성적은 75승 68패 2홀드 평균자책점 4.13으로 역대 경찰청 입단 투수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자연스럽게 장원준의 입대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1군에서 기량이 검증된 선수이기에 2년 동안 퓨처스리그(2군)에서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한 장원준은 데뷔 후 2005년부터 7년 연속 100이닝 이상 던지고 있어 차라리 공익근무요원 등으로 복무해 지친 어깨를 쉬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렇지만 장원준의 몸 상태는 문제가 없었고, 결국 경찰청 입대를 앞두게 됐다.

흔히 투수들은 경찰청이나 상무 등 퓨처스리그(2군)에서 군 복무를 하는 것보다 공익근무요원을 선호한다. 군 생활에서 오는 부담도 있지만 자칫 2군 마운드에서 무리한 투구로 부상을 입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군 입대를 앞둔 모 투수는 "솔직히 현역으로 가는 게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차라리 공익근무요원으로 가서 2년 동안 어깨를 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말할 만큼 선수들 역시 군복무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MBC 스포츠플러스 양상문(50) 해설위원은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면 2년을 쉬기 때문에 제 기량을 찾는데 시간이 걸린다. 2군서 군복무를 하는 것과 비교해 어느 쪽이 선수에게 낫다고 꼬집어 말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군에서 혹사를 당해 기량을 잃은 선수보다 오히려 기회로 삼아 도약의 발판으로 삼은 경우가 많다. 가장 훌륭한 예가 바로 손승락(29,넥센)이다.
손승락은 2005년과 2006년 선발로 뛰며 매 해 100이닝 가까이 소화했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는 못했다. 이후 경찰청에서 군복무를 마친 뒤 2010년 넥센에 복귀한 손승락은 첫 해 2승 3패 26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2.56으로 세이브왕을 차지했다. 올 시즌은 초반 부상으로 결장했으나 복귀 후 4승 2패 17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1.89를 기록, 국내 최정상급 마무리로 확실히 자리를 굳혔다.
경찰청에서 손승락의 성장을 도운 김경원(40,두산 투수코치) 전 경찰청 투수코치는 본인이 하기에 따라서 군 복무하는 2년이 충분히 값어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선수들이 군 복무를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크게 잘못 생각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코치는 2군에선 투수 혹사를 시킨다는 오해에 대해 "만약 부상을 갖고 입대하는 선수가 있으면 등판 보다는 치료 위주의 재활 쪽으로 간다. 일단은 몸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오히려 1군에 있다면 부상이 있어도 더 많이 던질 것"이라고 반론을 펼쳤다. 또한 그는 복무하며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만약 게임을 자주 못 나가던 투수라면 2군 등판에서 게임 감각과 위기관리, 경기의 맥을 짚는 분석력을 키울 수 있다. 이것들은 모두 마운드에서 스스로 경험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라도 더 알고자 하는 선수, 생각하는 선수가 얻는 것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군 복무는 1군에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투수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 본인의 의지다. 올해를 끝으로 군복무를 마친 11명의 경찰청 투수와 6명의 상무 투수가 원 소속팀 복귀를 앞두고 있다. 2012년, 여기서 '제 2의 손승락'이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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