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엔딩은 아니었다. 하지만 잊을 수 없는 최고의 드라마였다.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K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은 전북이 다시 한 번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전북 현대는 지난 5일 저녁 전주 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알 사드(카타르)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2011' 결승전에서 이승현이 후반 종료 직전 2-2 동점골을 넣었지만 승부차기에서 2-4로 패배했다. 전북은 지난 2006년 대회 우승 이후 5년 만의 왕좌 탈환을 눈 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연장전에서 승부를 뒤집지 못한 전북은 승부차기에서 2번째 키커로 나선 김동찬의 킥이 골키퍼에게 막혔다. 전북은 알 사드의 3번째 키커 이정수의 킥이 크로스바를 강타하며 동점 찬스를 잡았지만 3번째 키커 박원재의 킥도 골키퍼에 걸린 끝에 결국 승부차기 2-4로 패배하고 말았다.

비록 패했지만 경기는 끝까지 알 수 없었다. 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4만 1805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이는 전주 월드컵경기장 개장 이후 최다 관중(종전 2011년 6월 7일 한국-가나전 4만 1271명)이자 전북 구단 사상 최다 관중이기도 했다.
전북은 결승전이 열리기 전까지 인터넷 예매로만 1만 5000장 이상의 티켓을 판매하며 구름 관중을 예고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경기 시작 5시간 전부터 모여든 관중은 경기 시작 시에는 N석과 S석의 상단 모서리 부분 몇 군데를 제외하고 가득 메웠다.
전북은 관중 유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승전에서 구름 관중으로 K리그의 자존심을 세운다는 의지가 실현됐다. 인구 60만 명의 전주에서 4만 명이 경기장을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의 응원도 대단했다. 국가대표 경기에서도 볼 수 없던 장관이었다. 이날 경기를 마친 후 최철순은 "정말 관중들에게 죄송하고 고맙다. 경기장 어느 곳에 가도 '전북'을 외치면서 응원을 보내주시는 팬들에게 승리를 안기지 못했다"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래서 축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더 죄송하다"고 말했을 정도.

또 K리그서 거칠기로 소문난 전북 팬들의 관전 태도도 빛이 났다. 물론 경기장을 가득 채운 팬들은 알 사드의 플레이마다 야유를 던졌다. 경기 시작부터 전주성에 모인 팬들은 끊임없이 알 사드의 플레이와 애매한 심판 판정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하지만 경기 관전 질서는 완벽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날 경기장에 6개 중대 약 500여 명의 경찰이 투입됐으나 전북 서포터스들은 선을 넘지 않았다. 전북 선수들에게는 응원을 보냈고 알 사드에는 야유를 보냈다. 팬들이 선수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펼치면서 경기를 지켜봤다.
그렇게 전북은 K리그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패배로 드라마가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분명 잊을 수 없는 경기를 펼쳤다. 그것이 바로 전북이 칭찬 받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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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