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림, 둘째 유산후 1억 기부한 눈물 사연은...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1.11.06 11: 19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부모가 자식을 잃는다는 건 자기 목숨을 도려내는 아픔과 다름없다. 아직 세상 밖에 나오지 못한 생명이지만 유산의 슬픔도 그에 못지않다. 임산부에게는 영원한 상처지만 오히려 주변 사람들은 쉽게 유산을 위로하는 경향이 있다. "또 낳으면 되잖아"라고.
여성 톱MC 박경림은 얼마전 둘째를 유산했다. 큰 애 민준은 이제 3살. 평소 "자식을 많이 낳아 기르면서 일도 열심히 하는 게 개그우먼의 진짜 애국"이라고 호탈하게 웃던 그녀로서는 대단한 충격이었을 게다. "부모가 자식에게 해줄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형제자매를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라고도 했었다.
박경림의 지인에게 건네들은 얘기로는 이번 유산은 전혀 예상치 못한 사고였다. 양수가 갑자기 터지면서 병원 응급실에 달려갔으나 끝내 유산했고 의료진도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최근 이런 식의 원인모를 유산으로 고통을 받는 부모들이 부쩍 늘었다'는 설명을 들으며 눈물을 삼켜야 했단다.

망연자실해 누워 있던 병실에서 박경림은 딴 세상을 봤다. 신생아 중환자실을 오가는 영유아들과 그 부모의 가슴 저미는 애환을 속속들이 알게 된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저체중으로 태어난 미숙아들이 어떤 고통을 겪는지에 대해 둔감하고 시큰둥하다. "현대 의학이 얼마나 발달했는데...그쯤이야"하며 간단히 넘긴다. '세계 최초로 임신 O개월 째 미숙아를 살려냈다'는 우리 의학계의 쾌보에 감탄하는 것쯤으로 인사를 대신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은 매일매일이 전쟁터다. 말을 배우기도 전에 신음부터 알게된 아가의 처절한 생존투쟁은 물론이고 그 부모와 의료진이 새생명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병원 밖으로 퇴원시키기 위해 총성없는 싸움을 연일 계속하고 있다.
박경림도 자신의 아이를 유산하고 병실에 입원한 뒤에야 이런 고통의 세계를 알았고 마음으로 느끼며 결심했다. "이 아가들이 밝게 뛰놀수 있는 날이 오도록 미력한 힘을 더하자"고.
지인에 따르면 박경림은 즉석에서 병원측에 신생아 중환자들을 위해 1년간 1천만원씩, 10년동안 기부하는 약정서에 사인을 했다. 둘째 임신 계획을 가진 1년 전부터, 아니 첫째를 낳고부터, 아니 뉴욕 유학을 결심한 이후로 그 많던 연예계 일감이 줄고 줄어서 긴 공백기나 다름없었던 그로서는 적지않은 금액을 쾌척한 셈이다.
잘 나가던 시절, 박경림이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한번에 1억원을 선뜻 기부했던 보도를 접했지만 지금의 10년 1억 약정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을까 싶다. 
어렵게 통화가 연결된 박경림은 말을 아꼈다. "귀하게 태어난 세상의 모든 신생아 중환자들이 어떻게든 건강하게 퇴원했으면 하는 바람뿐"이라며 "그 부모들에게서 내 아픔 이상의 고통과 강한 투혼을 봤다"고 했다.
첫째 민준은 3살인데 벌써 21kg 체중으로 우량아 중에 우량아란다. "큰 애 임신 때는 출산 이틀 전까지 방송일을 놓지 않았어서 둘째의 유산은 생각도 못했던 일"이라며 조용히 울음을 삭였다.
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에서 각종 지원책으로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지만 자식을 키우거나 키우려는 서민 부모들의 주머니는 늘 새털처럼 가볍기만 하다. 특히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NICU(신생아 집중치료실) 시설은 아픈 몸으로 태어난 아가들과 그 부모를 세상 저끝으로 몰고 있다.
박경림의 이번 선행이 신생아 중환자 가족들을 온 국민이 하나 돼 후원할 수 있는 조그만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엔터테인먼트 팀장]mcgwr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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