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클락슨•수잔 보일의 이유 있는 성공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1.11.06 09: 35

[해리슨의 엔터~뷰(Enter~View)] 전세계적인 오디션 프로그램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가수•배우 등 엔터테이너가 되기를 열망했던 출연자들의 미래는 너무도 냉정한 쇼 비즈니스 세계에서 극명하게 양분화되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음악 전문 방송국은 물론이고 지상파TV 매체까지 저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어 경쟁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은 더욱 점입가경이다. 작년 “슈퍼스타K2”의 우승자 허각이 그나마 배타적인 현실 속에서도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란 한계를 뛰어 넘으며 가수로서 입지를 구축하는 상황이지만, 허각에게 주어진 여건 보다 훨씬 더 험난한 현실이 활동을 준비해야 할 신출내기 가수들에게 놓일 것이다.곡(앨범) 홍보를 위해 TV와 라디오와 같은 방송 매체가 여전히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우리나라처럼 방송국간의 상호 견제로 인해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이 제대로 된 역량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도태되는 현상은 전면적인 발상의 전환이 있지 않는 한 계속될 것 이다.
반면, 라디오 에어플레이와 공연이 주요 홍보 수단인 팝의 본고장 영국과 미국에서는 철저히 실력으로 검증된 아티스트만이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지난 10여 년간 ‘오디션 경연’의 붐을 일으킨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엑스 팩터(The X-Factor)”와 같은 원조 프로그램에서도 방송 당시 엄청난 화제를 전세계적으로 불러 모았던 꽤 많은 연예인들을 발굴해 냈지만, 2011년 11월 현재 지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들은 손꼽을 정도다. 대중의 인기를 흡입할 수 있는 탄탄한 실력과 배경이 주어지지 않는 한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자들에게는 더욱 냉정하고 가혹한 현실이 존재하는데, 최근 새 앨범을 발표하고 컴백한 켈리 클락슨(Kelly Clarkson)과 수잔 보일(Susan Boyle)은 그들 앞에 직면했던 한계를 극복하고 음악인으로서의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대표 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 ‘원조 아메리칸 아이돌’ 켈리 클락슨의 강렬한 컴백-

2002년 시작된 “아메리칸 아이돌” 원년 우승자 켈리 클락슨은 2003년 첫 앨범 “Thankful”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었다. 특히, 두 번째 음반(2004년) “Breakaway”의 수록 곡 ‘Because Of You’는 2005년 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은 후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의 ‘I’m Yours’와 더불어 2000년대 중 후반에 발표된 대표 팝 음악으로 한국 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내한 공연과 앨범 홍보 활동 등을 통해 한국에 몇 차례 방문했던 켈리 클락슨은 작년 “슈퍼스타K2” 대구지역 예선에 심사위원으로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밀면서 더욱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섰다. 당시 슈퍼위크 기간 중 김보경과 김그림이 기타를 연주하면서 ‘Because Of You’를 라이벌 미션 곡으로 수행했던 TV속 모습은 많은 팬들에게 각인됐었는데, 원곡자 켈리 클락슨은 이후 ‘親韓 팝스타’로 입지를 굳히기도 했다.
2009년 4집  “All I Ever Wanted”이후 2년 간의 공백 기간 동안 팝 음악계는 여성 파워가 거셌다. 선배인 비욘세(Beyonce)와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의 인기는 여전히 맹위를 떨쳤고, 레이디 가가(Lady Gaga)•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케이티 페리(Katy Perry)•케샤(Ke$ha)등 후배 여성 아티스트들은 차트상에서 신기록을 쏟아냈고 화제를 몰고 다니며 팝 음악계를 이끌어가고 있다. 2011년 현재 여성 아티스트의 차트상의 활약 역시 대단한데 ‘2011년 팝스 계의 최고 스타’ 아델(Adele)이 여전히 건재하고, 11월 12일자 빌보드 HOT 100 1위를 차지한 ‘We Found Love’로 11번째 1위곡을 갖게 된 리한나(Rihanna)가 버티고 있다. 막강한 여성 아티스트를 포함한 동료 음악인들과의 경쟁 구도 속에 켈리 클락슨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Stronger”는 10월 24일 발매되었다. 11월 12일자 “빌보드 200” 앨범 차트 2위로 첫 등장을 했고 첫 싱글 곡 ‘Mr. Know It All’도 HOT 100 10위에 올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9년 차 중견 뮤지션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이 발휘되고 있는 중이다.
- 3연속 빌보드 앨범 차트 1위 도전하는 수잔 보일  -
위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난 2년간 대중 음악계를 지배한 여성 아티스트 가운데 2009 년 영국 “브리튼즈 갓 탤런트”가 배출한 수잔 보일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팝과 클래식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장르 음악으로 전세계 팬들을 사로 잡았던 스코틀랜드 출신의 평범한 여성 수잔 보일. 2009년과 2010년 연말 시즌을 겨냥해 음악 시장에 선보인 앨범 1집 “I Dreamed A Dream”과 2집 “The Gift”는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는 물론이고 영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차트 정상과 기록적인 음반 판매량을 거두었다. 특히, 2009년 연말에 발표했던 데뷔 앨범 “I Dreamed A Dream”은 2010년 빌보드지 집계 ‘미국 내 최다 판매 음반’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11월 1일 국내 먼저 출시된 대망의 3집 음반 “Someone To Watch Over Me” 역시 빌보드 팝 앨범 차트 정상을 차지할 지 전세계 팬들과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 이번 음반 역시 팝 음악계 고전을 리메이크하여 선보이고 있다. ‘Unchained Melody’•’Both Sides Now’•’Autumn Leaves’등 국내 팝 음악 팬들에게도 익숙한 팝 명곡들이 수잔 보일 만의 독특한 창법과 스타일로 재해석되어 이전 작품만큼 열렬한 반응을 가져다 줄 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란 한계를 극복한 그녀들의 성공은 진행형 -
더욱 강렬해진 음악으로 돌아 온 켈리 클락슨에게서는 록 스타로 변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Because Of You’와 같은 킬링 트랙이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리메이크 작품만을 계속 선보이는 수잔 보일의 행보가 계속 어필할 수 있을지도 의문점이다. 다행스럽게도 영미 차트를 살펴 보면 켈리 클락슨의 시작은 좋은 듯 하다. 수잔 보일은 선배 뮤지션 폴 포츠가 메이저 음반사와 결별하고 작은 규모의 회사와 계약한 이후 전세계적인 관심과 인기가 급락했던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 (물론 한국에서는 폴 포츠의 인기가 여전하다.)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왔던 미국과 영국의 보통 여성들이 일생의 단 한번의 기회라 할 수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쳐 치열한 경쟁만이 존재하는 대중 음악 시장에서 한계를 극복하고 인기 스타의 길을 가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osensta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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