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은 자신이 연기하는 역할에 따라 특유의 이미지를 부여 받곤 한다. 극중 모습이 진짜 그를 대변하는 게 아님에도 강한 캐릭터를 맡았던 이들에겐 다가가기 다소 꺼려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까닭에 인터뷰 현장에선 자주 반전이 일어난다.
이윤지는 시트콤 ‘논스톱 4’를 통해 발랄한 이미지가 덧씌워진 배우다. 아침 드라마 ‘자매바다’에서 냉철한 송춘희 역을 맡고, ‘드림 하이 시즌1’에선 엄한 선생님 시경진 역으로 카리스마를 전면에 드러냈지만 시청자들은 ‘열아홉 순정’에서의 철부지나 ‘드림 하이’ 속 경진의 반전 귀여움을 떠올린다. 귀엽고 상큼한, 마냥 어릴 것 같은 막내 동생 혹은 막내 며느리 느낌이다.
영화 ‘커플즈’ 개봉에 앞서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상큼하고 발랄한 매력과 더불어 똑똑함과 진중함을 두루 갖춘 모습이었다. 인형 같은 외모로 엉뚱한 농담을 겻들일 때면 ‘사랑스럽다’는 이야기가 절로 나오는, 첫 만남에 사람을 홀리는 재주가 있었다.

‘커플즈’로 연기 갈증 풀었다
‘커플즈’는 개성 강한 다섯 남녀가 커플이 되는 과정을 독특한 방식으로 그린 코믹 로맨스물. 김주혁, 이윤지, 이시영, 공형진, 오정세 등이 출연해 뛰어난 연기를 펼쳤다. 무엇보다 여러 사연을 가진 커플들이 주는 깨알 재미가 극에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게 특징이다. 버스에서의 갑작스런 사고로 만남을 시작한 커플과 오빠-동생 사이였다가 목숨을 구해준 것이 계기가 돼 부부의 연을 맺은 이들, 맞선 자리에서 생긴 해프닝 덕택에 본격적인 사랑을 하게 된 남녀 등 각양각색이지만 서로가 모르는 사이에 궤를 같이 한다.
“(시사회를 보고) 되겠는데 했어요. 오히려 연기한 것만 생각했을 때보다 더욱 커진 것 같아요. 미약한 힘 보태서 작품 완성될까 했는데 그 구역에 적당히 맞춰졌어요. 적절한 사이즈의 퍼즐 들어간 느낌이었죠. 무엇보다 평소 관객이 찾는 배우 나라면 어떨까 했었는데 그런 갈증들 풀린 것 같아요.”
“‘커플즈’는 저한텐 쉽지 않은 출발이었어요. ‘너 이대로 괜찮을 거 같아?’ 이런 질문을 수도 없이 했어요. 시집도 안간 애가 귀여운 며느리만 할래 했죠. 그 다음 얼굴은 뭔데 이런 생각이 들고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이윤지가 연기한 교통경찰 애연은 오랜 기간 만나온 남자친구에 차인 후 그가 준 프러포즈용 다이아몬드 반지가 고작 2000원 짜리 큐빅 반지였다는 걸 알게 되는 등 나름의 슬픈 연애사를 지닌 인물.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귀엽고 상큼한 매력으로 유석(김주혁)을 사로잡는다. 이제야 그와 딱 맞는 역할을 만났다고 할 만큼 싱크로율 100%를 자랑한다.
“감독님께서 막상 만나고 나니 애연과 비슷한 점 많이 발견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전작인 ‘드림 하이’를 보셨다고 했거든요. ‘드림하이’에서 꽃삔 너무 귀여웠다고 하셨어요. 그런 반전이 있었어요. 이번에도 엉뚱함을 전면에 내세우는 건 아니에요. 경찰을 할 수 있었던 건 돈 없을 때 반지 내미는 엉뚱함 같은 것 덕분일 거예요. 애연은 기존 경찰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행동을 하죠. 나리(이시영)나 병찬(공형진) 같은 캐릭터성 강한 역할보다는 밋밋할 수 있지만 상반된 느낌 갖고 있다면 관객들이 좋아해주실 거라 생각했어요.”
주혁 오빠? 젠틀 빼면 '시체'인 연예계 소문난 젠틀남

여러 에피소드들이 모여 하나의 영화가 되는 ‘커플즈’ 특성상 그는 주로 선배 배우인 김주혁과만 호흡을 맞췄다. 이런 까닭에 오히려 촬영이 끝난 후 홍보 활동을 했던 게 다른 배우들과 친해질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거의 주혁 오빠와만 마주칠 수 있었어요. 그래서 홍보하고 있는 지금 다른 배우들을 자주 만나요. 반갑고 즐겁죠. 주혁 오빠는 워낙 사람 편하게 해주는 젠틀맨으로 유명해요. ‘젠틀’ 빼면 시체예요. 누워서 걷지도 못할 거예요.(웃음) 그런 코드 편안하게 맞았어요. 반면 정세 오빠와는 주혁 오빠와 상상할 수 없는 장난을 해요. 팀워크 참 좋았던 거 같아요.”
이색적인 부분은 같은 상황이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사건을 겪은 후 다시금 재현된다는 것. 특히 이윤지의 경우 엄청난 반전을 일으키며 극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경찰 신분임에도 순간적인 욕심으로 큰 실수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질문하자 이윤지는 눈을 반짝였다. 자신 있게 “내 연기의 포인트”라고 답했다.
“(그게 바로) 내 연기의 포인트에요. 반드시 다시 찍어야 하는 포인트죠. 왜냐하면 다른 분들은 그 상황의 마음만 갖고 있지만 난 그 상황의 전과 후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에요. 처음 유석의 방에서 나왔을 때는 마치 옷 갈아입으려다 그냥 나온 것처럼 그렇게 보여 지길 바랐어요. 연기를 분명 다르게 하고 있어요. 오히려 1번만 찍을까봐 걱정했어요. 테이크 여러 번 갈 수는 있는데 완성된 신을 다시 찍을 기회는 보통 없거든요.”
한편 ‘커플즈’는 다섯 남녀의 유쾌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코믹 로맨스. 지난 2일 개봉해 흥행 순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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