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 "MVP 양보한 오승환은 대인배"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11.06 13: 53

"오승환은 대인배다. 왜 욕심이 없겠나. 선수라면 다 있다".
불과 1년 전까지만해도 같은 '삼성맨'이었지만 이제는 유니폼을 벗고 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마이크를 잡고 있는 양준혁 SBS ESPN 해설위원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올 시즌 정규리그 MVP 발표에 관심을 나타냈다.
5일 밤 OSEN과 전화통화를 한 양준혁 위원은 오승환이 지난 3일 MVP 후보에서 사퇴하고 후배 최형우를 돕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박수를 보냈다.

물론 오승환의 행동이 모든 사람에게 좋게 비춰지는 것은 아니다. 선수로서 정당한 권한을 포기한다는 것에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양준혁 위원은 선수의 관점에서 자기 명예와 욕심이 눈 앞에 있는 것을 포기하고 후배를 챙긴 것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양 위원은 "사실 나는 오승환이 MVP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후배를 위해 양보를 한다고 하니 그 마음이 예쁘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봤을 때 오승환만이 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면서 "결과가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그런 마음을 썼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오승환은 대인배다. 왜 욕심이 없겠나. 선수라면 다 있다"고 말했다.
사실 오승환은 올 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MVP급이다. 오승환은 올 시즌 역대 최연소-최소 경기 200세이브 달성 뿐만 아니라 1승무패 47세이브로 구원 1위에 오르며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공헌했다. 특히 0.63의 평균 자책점과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을 만큼 완벽함을 과시하며 철벽 마무리의 위용을 뽐냈다.
그런 측면에서 양 위원은 "오승환이 사퇴를 원했던 만큼 오승환 표가 최형우에게 가지 않겠냐"면서도 "그러나 MVP가 전부는 아니다. 되든 안되든 간에 같은 팀의 선후배가 그런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 좋아 보인다. MVP 없어도 살아가는데 지장 없다. 서로가 최선을 다해서 좋은 성적을 냈다. 그런 것이 팀이 하나로 되는 것이다. 얼마나 고맙겠냐"고 평가했다.
양 위원은 또 "오승환이 후보 사퇴 이야기를 했지만 오승환에게도 혜택이 갈 것이다. MVP 상을 받아야 MVP인가. 오승환이 후배를 위해서 사퇴 이야기를 한 것이 크다"라고 말하면서 "이런 상보다도 결국은 팀이 우승하는 것이 최고다. 그걸로 끝이다. 나도 타이틀 14개 받아봤지만 기록에만 남고 특별한 기억이 없다. 오로지 우승했을 때가 기억이 남고 기뻤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오승환은 난 놈"이라며 추켜세웠다.
오승환의 MVP 후보 사퇴가 선정 결과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도 중요하다. 그러나 양 위원이 지적한 것처럼 오승환의 희생에는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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