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내야수 이여상(27)은 '용전동 이영상씨'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지난 2008년 8월 베이징 올림픽 휴식기 기간 팀 동료 연경흠과 부산 해운대로 휴가를 가게 된 것이 발단이다.
당시 피서객으로 방송사와 뉴스 인터뷰를 했는데 자막에 이름이 '이영상'으로 잘못 나간 것이다. 그러면서도 주소는 '대전시 용전동'은 제대로 표기됐다. 대전시 용전동은 한화의 구단 사무실과 숙소가 있는 곳. 그때부터 이여상에게는 '용전동 이영상씨'라는 재미있는 별명이 붙었다. 그리고 그때 그의 옆을 함께 한 아리따운 여인 박영실(25)씨와 내달 17일 백년가약을 맺는다. 그것도 용전동에 위치한 션사인호텔에서 웨딩마치를 올린다.
부산공고-동국대를 졸업한 뒤 지난 2006년 삼성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이여상에게 2008년 한화로의 트레이드는 그의 야구와 인생을 바꿔놓았다. 한화 이적 후 본격적인 1군 멤버가 됐고, 천생연분 박씨를 만났기 때문이다. 수영 선수 출신으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박씨는 장거리 이동도 마다하지 않으며 경기장에서 직접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이 사랑을 굳히게 된 것은 이여상이 부상으로 시련을 겪을 때였다. 2009년 말에는 오른쪽 손목에 공을 맞았고, 2010년에는 허리 부상으로 고생했다. 2년 연속 수술대에 오르는 아픔을 겪었다. 그때 그의 곁을 지킨 게 바로 박씨였다. 힘들 때 곁을 지켜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 이여상과 박씨의 사랑은 더욱 깊어졌다.
이여상은 "부상을 입은 뒤 정말 힘들었는데 옆에서 병수발을 다 들어줬다. 입원했을 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청주에서 대전을 오갔다. 아침부터 와서 병수발을 다 하고 저녁에 갈 정도였다"며 박씨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못했다. 박씨는 실의에 빠진 이여상에게 "오빠는 최고다. 할 수 있다"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이여상을 그럴수록 더 이를 악물었다.

사랑의 힘이었을까. 2011년 이여상은 보란 듯이 일어섰다. 시즌 전에만 해도 부상 선수라는 꼬리표를 달고 전력 외로 분류됐지만 1군 멤버로 당당히 시즌을 시작하고 끝냈다. 한화의 주전 3루수로 자리매김하며 팀의 상승세에 한 몫 단단히 했다. 박씨도 직접 경기장을 찾아 목청껏 응원했다. 지역 방송에서는 그런 박씨를 알아보고 자주 카메라에 잡을 정도였다.
카메라에 잡힐 때마다 박씨는 걱정이 많았다고. 이여상의 플레이가 하나 하나를 지켜볼 때마다 노심초사하거나 아쉬워하는 표정이 그대로 잡힐까봐 표정관리에 애를 먹은 것이다. 이여상은 "내가 야구를 잘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내년 시즌에는 야구를 더 잘해서 예비신부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목청껏 응원하며 웃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그의 목표다.
이여상은 내달 17일 오후 2시 대전 선샤인호텔 그랜드볼륨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공교롭게도 식장이 위치한 곳이 용전동이다. 이여상은 "어떻게 하다 보니 또 용전동"이라며 웃었다. 신접살림은 용전동이 아니라 동구 대동 팬타뷰아파트에 차린다. 이여상은 "야구장과 용전동 중간"이라며 웃어보였다. 그의 곁을 영원히 지켜줄 박씨를 위해 이여상은 오늘도 힘찬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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