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한신' 손민한(36,롯데)이 부활에 성공할 수 있을까.
2000년대 롯데의 암흑기에 에이스로 오롯이 마운드를 지킨 손민한. 2000년부터 2008년 사이 손민한은 6차례나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다. 특히 2008년에는 12승 4패 평균자책점 2.97의 호성적을 남기며 팀의 8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손민한은 2008년 삼성과의 준PO 2차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4⅔이닝 2실점으로 패전을 기록하며 롯데의 탈락을 지켜봐야만 했다. 이후 손민한은 시즌이 끝난 뒤 그 동안의 활약을 인정받아 롯데와 3년간 총 27억 원 규모의 FA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 롯데 에이스 손민한, 어깨 부상에 무너지다
사실 손민한의 몸은 2008년 말부터 서서히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손민한은 2009년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주장으로 선발됐지만 어깨 문제로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 해 전반기를 통채로 날린 손민한은 후반기 복귀 후 6승 5패, 평균자책점 5.19에 그쳤다. 결국 손민한은 2009년 10월 2일 미국 조브 클리닉에서 오른쪽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았다. 이후 손민한은 복귀를 위한 숱한 노력을 펼쳤지만 결국 2년간 단 한차례도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채 FA 계약이 끝나게 됐다.
무엇보다 손민한의 어깨 부상은 무리한 등판에서 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는2000년부터 2008년까지 9년 연속 10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9년동안 손민한이 소화한 이닝을 모두 합해보면 1414이닝, 연평균 157이닝을 던졌다. 또한 손민한은 직구, 슬라이더, 서클 체인지업, 커브, 포크 등 모든 변화구에 능했는데 결국 무리한 변화구 구사가 부상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결국 계약 기간이 끝나자 롯데는 3일 손민한을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선수생활 연장에 욕심이 있는 손민한의 뜻에 따른 것이다. 롯데 측은 "해외 코치 연수 등을 권했으나 선수 본인의 의지가 강하다"고 밝혔고 손민한은 "재활에 자신이 없었다면 롯데에서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부활을 다짐하고 있다.

▲ 양키스 에이스 왕젠밍, 어깨 부상에 울다
한편 지구 반대편에는 손민한과 비슷한 시기에 같은 운명에 처했던 선수가 있었다. 한때 메이저리그 명문 뉴욕 양키스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왕젠밍(31,타이완)이다. 2005년 양키스 마운드에 데뷔, 8승(5패 ERA 4.02)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왕젠밍은 2006년 19승(6패 ERA 3.63), 2007년 19승(7패 ERA 3.70)을 거두며 에이스로 급부상한다. 당시 왕젠밍이 세운 시즌 19승은 박찬호가 갖고있던 종전 동양인 시즌 최다승이었던 18승을 경신한 것이었다.
2008년 전반기에만 왕젠밍은 8승을 거두며 순항했지만 주루플레이 과정에서 오른발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왕젠밍은 2009년부터 어깨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해 결국 1승 6패 평균자책점 9.64라는 참담한 기록을 남기고 양키스에서 방출됐다.
왕젠밍을 돋보이게 한 것은 싱킹 패스트볼. 90마일 중반에 이르는 왕젠밍의 싱킹 패스트볼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마구로 손꼽힐 정도로 위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이 왕젠밍의 어깨를 망가트리고 말았다. 싱커는 부상 위험도가 높은 구종으로 손꼽힌다. 투구 순간 공을 힘차게 시계 반대방향으로 채 줘야 하는데, 던지고 나면 손등이 투수 몸쪽을 향하게 된다. 롯데 이진오 트레이너는 "싱커는 투수의 어깨와 팔꿈치에 무리가 가는 대표적인 구종"이라며 "투수가 몸에 불편함을 느끼며 던져야 하는 공"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왕젠밍은 단기간에 많은 공을 던졌다. 2005년 116⅓이닝을 시작으로 2006년 218이닝, 2007년 199⅓이닝을 기록했다. 부상 위험이 높은 공을 긴 이닝을 소화하며 많이 던지다보니 어깨에 부담이 많이 간 것이다. 거기에 오른발 부상 이후 투구폼이 흐트러지며 어깨에 더욱 무리가 갔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왕젠밍은 손민한과 비슷한 시기에 부상이 시작되어 결국 어깨 부상을 당하는 같은 운명에 처하고 말았다.
▲ 부활에 성공한 왕젠밍, 손민한은?
투수에게 어깨 부상은 치명적이다. 팔꿈치 부상은 토미존 수술(팔꿈치인대 접합술)로 회복이 가능하지만 어깨는 수술로도 완벽한 회복이 힘들다. 그렇지만 왕젠밍은 2년의 공백을 이겨내고 부활의 나래를 펼치는 데 성공했다.
2009년 7월 5일 (이하 한국시간)토론토 전을 끝으로 마운드를 떠났던 왕젠밍은 지난 8월 10일, 시카고 컵스 전에서 6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거두며 워싱턴 유니폼을 갈아입고 2년 여만의 승리를 따냈다. 그의 장기였던 싱킹 패스트볼의 구속은 부상 전보다 조금 떨어졌지만 타자들에게 땅볼을 유도하는 데는 충분했다. 이후 왕젠밍은 팀의 3선발로 활약하며 11경기에 선발 출전, 4승 3패 평균자책점 4.04로 부활에 성공했다. 올 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왕젠밍은 워싱턴과의 1년 계약 연장에 합의했다.
왕젠밍이 어깨부상 후 마운드로 돌아오기까지 2년이 걸렸다. 손민한도 마운드를 떠난지 이제 2년이 됐다. 현재 손민한은 본인의 몸상태에 대해 "내년 시즌에 대한 희망이 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롯데 이진오 트레이너 역시 "현재 손민한은 어깨에 통증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왕젠밍이 양키스에서 나와 팀을 옮긴 뒤 부활의 기회를 부여받았듯, 손민한 역시 마지막 기회를 줄 팀을 찾고있다. 손민한의 운명은 이번달 21일부터 23일 사이에 열릴 2차 드래프트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손민한에게 손을 내밀어 줄 구단이 있을까. 그리고 거기서 손민한이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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