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32, 전북)에게 지난 5일은 축구 인생에 있어 가장 씁쓸한 하루 중 하나였다. 후반 25분 그라운드에 투입된 그는 연장전이 모두 끝날 때까지 득점이 없었다. 전북은 승부차기 끝에 알 사드(카타르)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넘겨줬다.
이동국의 한 방은 없었다. 준결승전까지 9골을 터트리며 '닥공' 전북의 중심이었던 그의 모습이 나오지 않은 것.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와 준결승전 1차전에서 당한 종아리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동국은 부상을 핑계로 삼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당한 부상에 자책할 뿐이었다. 대회 득점왕이자 MVP(최우수선수)가 된 인터뷰가 그랬다. 개인상으로 인한 영광은 안중에도 없었다.

"결승전까지 올라오는 과정에서 좋은 경기를 했다.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우승을 놓쳤기 때문에 실망스럽다.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 왜 중요할 때마다 정상적인 경기를 하지 못하는 상태(부상)가 되는 것일까? 모든 책임이 (나에게)... 결과적으로 나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이동국은 씁쓸함을 표했다.
이동국의 자책과 달리 전북 선수단은 물론 팬들 모두 이동국에게 패배의 책임을 전가하지 않았다. 이동국이 문제가 아니라 이날 전북의 전체적인 모습과 경기 외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많았다고 생각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이들로서는 이동국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은 생각할 수가 없었다. 이동국이 대회 내내 중요할 때마다 골을 터트렸기 때문에 전북이 결승전에 진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
전북은 오는 30일부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챔피언십' 챔피언결정전을 갖는다.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놓친 전북으로서는 K리그 우승마저 놓칠 수는 없다. 정규리그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면 우승은 전북 차지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동국이 있어야 한다. 이동국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서 16골(2위) 15도움(1위)를 기록했다. 31개의 공격포인트는 K리그 1위다. 그만큼 공격적인 측면에서 이동국은 전북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전북은 알 사드와 경기서 정상적인 컨디션의 이동국이 없을 경우 팀이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정성훈이라는 대비책이 있지만 이동국보다 무게감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전북으로서는 이동국이 어서 빨리 컨디션을 되찾고, 정신적인 충격에서 벗어나길 바랄 수밖에 없다. 코칭스태프나 선수단, 그리고 전북 팬들 모두 '사자왕'의 당당한 귀환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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