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진(전주 KCC, 26, 221cm)이 어깨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됐다. 하승진에게 높이를 맡기고 있는 전주 KCC로서는 최악의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지난 6일 경기 상대는 하승진과 높이로는 필적하는 피터 존 라모스(26, 222cm)를 보유하고 있는 서울 삼성. 경기 전 만난 KCC 허재 감독은 "대책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허 감독은 "높이서 밀리니 더블팀으로 가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외곽에서 조금 들어가주면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표정에서는 승리한다는 확신은 없어 보였다. 그만큼 높이에서 열세는 치명적이었다. 높이로 대변되는 KCC의 팀컬러를 잃는 것이기 때문.
그렇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전혀 달랐다. KCC는 경기 시작 직후 선제골을 내준 것을 제외하면 단 한 차례도 리드를 뺏기지 않았다. 경기 내내 완벽하게 주도권을 쥔 KCC는 88-74로 삼성을 완파했다.

높이에서는 예상처럼 삼성을 이기지 못했다. 리바운드에서 18-25로 밀린 것. 그러나 생각보다는 격차가 크지 않았다. KCC 선수들 모두가 한 발을 더 뛰며 적극적으로 리바운드에 가담했기 때문. 게다가 스틸을 무려 14개나 기록했다. 반면 삼성은 2개. 그만큼 KCC는 삼성의 공격 기회를 빼앗고 자신들의 기회를 늘렸다는 소리다.
또한 외국인 선수 디숀 심스와 가드진의 호흡이 좋았다. 속공 플레이에 막힘이 없었다. 특히 전태풍과 심스의 연계 플레이에 삼성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둘의 스피드를 막기에는 삼성으로서 역부족이었다. 그 결과 전태풍은 20점, 심스는 24점을 넣었다. 반면 삼성은 라모스에게만 의존했다. 라모스가 22점, 이승준 15점, 이병석이 10점을 기록했을 뿐이다.
허 감독은 하승진의 복귀 시점에 대해 "매일 매일 체크하는 상황이다"며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즉 KCC가 언제 다시 높이의 농구로 나설 지는 미지수인 것.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하승진이 없는 KCC도 가히 위력적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허 감독이 "대책이 없다"고 하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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