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지, “'우결' 하고파서 분석리포트 썼다”[인터뷰]
OSEN 이명주 기자
발행 2011.11.07 10: 54

이윤지는 시트콤 ‘논스톱 4’를 통해 발랄한 이미지가 덧씌워진 배우다. 아침 드라마 ‘자매바다’에서 냉철한 송춘희 역을 맡고, ‘드림 하이 시즌1’에선 엄한 선생님 시경진 역으로 카리스마를 전면에 드러냈지만 시청자들은 ‘열아홉 순정’에서의 철부지나 ‘드림 하이’ 속 경진의 반전 귀여움을 떠올린다. 귀엽고 상큼한, 마냥 어릴 것 같은 막내 동생 혹은 막내 며느리 느낌이다.
영화 ‘커플즈’ 개봉에 앞서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상큼하고 발랄한 매력과 더불어 똑똑함과 진중함을 두루 갖춘 모습이었다. 인형 같은 외모로 엉뚱한 농담을 겻들일 때면 ‘사랑스럽다’는 이야기가 절로 나오는, 첫 만남에 사람을 홀리는 재주가 있었다.  
‘커플즈’ 속 이윤지가 연기한 교통경찰 애연은 오랜 기간 만나온 남자친구에 차인 후 그가 준 프러포즈용 다이아몬드 반지가 고작 2000원 짜리 큐빅 반지였다는 걸 알게 되는 등 나름의 슬픈 연애사를 지닌 인물.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귀엽고 상큼한 매력으로 유석(김주혁)을 사로잡는다. 이제야 그와 딱 맞는 역할을 만났다고 할 만큼 싱크로율 100%를 자랑한다.

“‘커플즈’는 저한텐 쉽지 않은 출발이었어요. ‘너 이대로 괜찮을 거 같아?’ 이런 질문을 수도 없이 했어요. 시집도 안간 애가 귀여운 며느리만 할래 했죠. 그 다음 얼굴은 뭔데 이런 생각이 들고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커플즈’ 만큼 그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품이 또 있다. 올 초 인기리에 방영됐던 KBS 2TV 드라마 ‘드림 하이 시즌1’이다. 비록 비중 높은 역할을 맡진 않았으나 그는 ‘드림 하이 시즌1’을 통해 대중들의 기억 속에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드림 하이 시즌1’은 제가 나온 신이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가장 적은데 가장 임팩트 있었어요. 캐릭터로서의 임팩트가 아닌 대중들 효과가 가장 빠르고 강하게 나왔어요. 연기적으로는 어려움이 많았어요. 카메라 앞에 설 기회 별로 많지 않아서 이대로 이 인물을 시원치 않게 보여주면 성이 안찰 것 같았죠. 내 연기 어떻게 함축해서 보여줘야 할까 생각했습니다. 조연 하는 선배님들 얼마나 완벽하게 준비하시는지 알게 됐어요. 밀도 높이는 작업 필요하겠구나 싶었어요.”
극중 시경진은 비록 비중이 큰 역할은 아니었으나 대중에 캐릭터 이름으로 기억된 유일한 사례라는 게 이윤지의 설명이다.
“‘쟤는 착한 며느리, 동생 역할 했었지’가 아닌 캐릭터 이름으로 기억됐던 작품이에요. 일부러 검은색 옷만 입었는데 한 번은 옷 트렁크만 보고 초등학생 팬들이 ‘신 선생’이라고 한 적도 있어요.”
이윤지는 또 인기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슈퍼주니어 강인과 가상 결혼한 커플로 나오기도 했다. 당시 선택이 의외였다 했더니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까지 그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소속사에 처음 제의가 들어왔는데 배우가 예능에 출연하면 안된다는 이유로 ‘노’ 하셨더라고요. 너무 하고 싶어 밤새 레포트를 썼어요. 프로그램의 특성과 평가 등을 담아서 밤 12시에 실장님과 만났죠. 연기를 통해서만 자신을 표현하는 게 진정 배우일지 모르겠지만 ‘연예가 중계’ MC 한 것도 배우의 일환이었어요. 좀 생각이 다른 것 같아요. 평소엔 진짜 안 적극적인데 일로는 그렇게 하고 싶어요. 어찌됐건 여러 활동들이 앞으로의 제 필모그래피에 좋은 시작 되어줄 거라 생각해요.”
그가 좋은 환경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이유 탓인지 ‘엄친딸’, ‘학구파’ 같은 단어들은 늘 이윤지에 따라 붙는 수식어다. 특유의 바른생활 이미지와 착하게 생긴 외모가 인기를 끄는데 한 몫 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때로는 연기자인 그에게 짐이 되기도 했다.
 
“배우가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긴 하지만 자칫 왜곡돼서 역할에 한계가 그어질 수도 있겠구나 싶어요. 비슷비슷 역할만 많이 들어오죠. 바르게 사는 삶의 방식에 대해선 ‘Why Not’이에요. 그렇지만 영화적으로는 변신 꾀하고 싶어요. 이번에 영화 해보니 다 쉬는 줄 아는데 비밀 병기 만들고 있단 생각에 기분 좋더라고요. 이미지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 부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윤지란 배우는 뭘 시켜도 다 할 거야 하진 않을 거 같지만 그 전 이미지가 굴레 같이 느껴질수록 이후 파격 행보 더 눈에 띌 거라 생각해요.”
최근엔 파격적이고 강렬한 느낌의 화보로 섹시함을 어필했다. 변신 욕구가 느껴졌다고 했더니 “작정은 늘 한다”는 재밌는 답이 나왔다.
“기회를 안 줘서 그렇지 작정은 늘 해요.(웃음) 작정으로 느껴졌다면 성공인 셈이에요. 조금씩 나를 보여주고 있어요. 말하자면 그런 시도의 일환이죠. 실제로 재밌어요. 평소에 그렇지 않은데 연기 하면서 얼마든지 망가질 수 있는 것처럼요.”
또래 배우들 중 눈길이 가는 친구가 있는지 궁금했다. 한참을 생각하다 이윤지는 ‘오직 그대만’ 정화 역할을 했던 한효주를 떠올렸다.
“한효주 씨는 내가 못 가진 모든 걸 입힐 수 있는 얼굴을 갖고 있어요. 라이벌이기 보단 여자지만 따라하고 싶은, 나보다 어린데 잘하고 있구나 싶죠. 동갑내기 중에서는 구혜선 씨, 친한 친구이기도 한 그녀가 대견해요. 자기가 할 수 있는 역량 잘 알고 시도하죠. 결과물도 훌륭하고요. 그녀를 보면서 난 배우로서 어떤 시도 할 수 있나 반성하곤 해요.”
올해 스물여덟 살,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그의 목표는 늘 재발견되는 연기자가 되는 것이다. 언제나 행복하고 싶은 꿈도 꾼다. 
“계속 스스로 발견하고 관객들에게 발견돼 지는 사람이었으면 해요. ‘이윤지의 재발견’이랄까요. 이번에만 들어서 좋은 건 아니고 계속 들어도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행복하게 이 일 하는 것. 그래서 요즘엔 너무너무 행복해요. 왠지 잘될 것 같아서 들뜬 기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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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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