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을 찍을 사람이라면 아마 그대로 찍을 것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철벽 마무리 오승환(29)은 지난 3일 팀 후배 최형우(28)를 위해 시즌 MVP 후보 포기를 선언했다. 이때 이효봉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OSEN과의 인터뷰에서 오승환의 후보 포기 효과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삼성과 KIA의 싸움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 MVP는 개개인의 경쟁이기 때문에 오승환이 물러난다고 해서 오승환의 가치가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이 위원은 "오히려 오승환의 배려를 높게 사 더 많은 표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7일 시상식에서 시즌 MVP의 영광은 KIA의 윤석민(25)에게 돌아갔다. 윤석민은 유효표 91표 중 62표를 득표, 기자단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흥미로운 것은 윤석민을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은 것이 오승환(19표)이었다는 점이다. 최형우는 8표, 이대호는 2표를 각각 얻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후보 포기 선언을 하고도 2위에 오른 오승환이 만약 삼성 후보 단일화의 주인공이었다면 어땠을까.
결과를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단일화의 주인공이 8표에 그치는 아쉬움은 없었을 듯 하다. 시즌 MVP가 발표된 1일 오승환은 시즌 최다 타이인 47세이브 기록에 이어 전날(10월 31일) 한국시리즈 MVP까지 거머쥐며 상종가를 달리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미 야구계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첫 마무리 투수 MVP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 있었다.오승환도 우승 후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불펜 투수로서도 팀을 위해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고 아마추어 불펜들에게도 힘을 주고 싶어 MVP에 욕심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류중일(48) 삼성 감독 또한 "마무리 투수가 MVP를 타는 것은 조금 무리처럼 보일 지도 있지만 오승환이 없었다면 우리 팀이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오승환을 지지했다.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 반열에 올려놓으며 승승장구하던 오승환과 준플레이오프 마지막 4차전에서 2⅓이닝 3실점으로 무너지며 탈락의 아쉬움을 삼킨 윤석민의 막판 분위기 싸움도 오승환에게 유리했다. 시즌 MVP 투표기는 하지만 시기상 포스트시즌 성적이 많이 반영된다는 점에서 오승환에게 표가 많이 기울 수 있는 포인트였다.
반대로 최형우가 "후보에 나도 있다"고 서운함을 표할 정도로 비교적 최형우에 대한 수상 기대는 적었다. 올시즌 홈런(30개)과 타점(118타점) 선두를 가져가기는 했지만 타자로서 기본적인 성적인 타율, 최다안타 타이틀은 지난해 7관왕의 주인공 이대호(.357, 176안타)가 유지하고 있었다. 한국시리즈에서 주춤했던 타격도 불안 요소였다.
만약 오승환과 윤석민이 후보로 맞붙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궁금하다. 이 위원의 말대로 MVP는 개인 경쟁인 만큼 처음부터 윤석민에게 갈 표가 가지 않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승환의 포기로 인해 그에게 오지 못한 표가 정상적으로 왔다면, 7일 결과처럼 한쪽으로 크게 기우는 투표는 아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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