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관왕' 최형우, 무명들의 '귀감' 되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11.08 07: 45

"5년 전 이 자리에서도 2군 3관왕으로 나와서 '다시 이 자리에서 상을 받겠다'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꼭 10년 전 프로 구단에 입단했으나 3시즌 만에 방출되었던 전력의 타자. 군에서 와신상담의 자세로 기량을 가다듬으며 2군 3관왕으로 다시 선택받았던 그는 엄밀히 따지면 4년 후 프로야구를 호령하는 타자로 우뚝 섰다. 홈런-타점-장타율 타이틀을 거머쥔 '최쓰이' 최형우(28. 삼성 라이온즈)의 수상 소감은 많은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최형우는 올 시즌 3할4푼(2위) 30홈런 118타점(이상 1위)에 장타율 6할1푼7리(1위)를 기록하며 타격 3관왕에 올랐다. 3할5푼7리를 기록한 이대호(롯데)에게 타율 부문을 내주며 트리플크라운 왕좌에 오르지는 못했으나 분명 뛰어난 성적으로 팀의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특히 최형우는 자유계약 방출 수순을 밟은 전력의 타자로 MVP 후보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윤석민(KIA)의 MVP 수상을 곁에서 지켜봐야 했으나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는 자체만으로도 자타가 공인하는 거포로 자리매김했음은 분명했다.
그는 "나 자신에게도 감사한다"라며 시상식을 지켜본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스스로에게 대견하다는 이야기였다.
"5년 전(정확히는 4년 전) 2군 생활 할 때 3관왕으로 이 자리에 서서 '다시 이 자리에서 상을 받겠다'라고 말했는데 또다시 이 자리에 섰다. 그 약속을 지킨 나 자신이 대견하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면서 또 한 번 이 자리에 서고 싶다".
2002년 전주고를 졸업하고 삼성에 2차 6순위 포수로 입단했던 최형우는 첫 4시즌 동안 1군 7타수 2안타의 기록만을 남긴 뒤 2005년 10월 방출되었다. 다행히 경찰청이 프로야구 선수들의 병역 문제 해결을 위해 창단한 덕택에 우여곡절 끝 최형우는 야구 인생을 이어갈 수 있었다. 최형우는 직접 경찰청에 찾아가 문을 두드려 입단했다.
경찰청에서의 2년은 최형우에게 더없이 소중한 시절이었다. 비록 2군 무대였으나 최형우는 특유의 파괴력 있는 배팅으로 투수들을 공략했고 마침 2군 경기를 지켜보러 온 김응룡 전 삼성 사장의 눈에 띄어 재입단했다. 기본 연봉 수준에 불과했던 최형우의 재입단 첫 해 연봉은 5000만원으로 훌쩍 올랐다.
2007년 3할9푼1리 22홈런 76타점으로 2군 트리플크라운의 영예를 안았던 최형우. 그는 2008시즌 2할7푼6리 19홈런 71타점으로 활약하며 최고령-최고 연봉 신인왕이 되는 기쁨을 안았고 박석민-채태인과 함께 삼성 중심타선을 지켰다. 그 가운데 최형우는 자연스럽게 삼성 리빌딩의 중심이 되었다. 올 시즌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도 사실상 확정적이다.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2군 3관왕을 거쳐 1군 무대 3관왕으로 우뚝 섰다. 누가봐도 MVP 후보에 오를 만한 기량과 성적을 올린 최형우.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최형우의 올 시즌은 분명 다른 이들에게도 귀감이 되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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