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MVP는 그를 빗겨갔다.
삼성 '끝판대장' 오승환(29)이 MVP 3수 도전서 실패했다. 오승환은 지난 7일 열린 MVP 기자단 투표에서 91표 중 19표를 얻어 KIA 윤석민(62표)에게 압도적인 차이로 2위에 만족해야 했다. 벌써 3번째 MVP 후보에 오른 오승환이지만 이번에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
오승환은 데뷔 첫 해부터 당당히 MVP 후보에 올랐다. 2005년 대졸 신인으로 삼성에서 데뷔한 그는 중간계투로 시작해 전반기 막판부터 마무리로 승격됐다. 61경기에서 10승1패16세이브11홀드 평균자책점 1.18을 기록했다. 프로야구 최초의 승리·홀드·세이브 두 자릿수라는 진기록을 세우며 한국시리즈 MVP까지 차지했다.

그러나 MVP 경쟁에서 롯데 에이스 손민한에게 밀렸다. 그해 손민한은 18승7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46으로 다승·평균자책점 타이틀을 가져가며 롯데를 5년 만에 탈꼴찌시켰다. 투표에서도 88표중 55표를 획득, 최초로 포스트시즌 탈락팀에서 당당히 MVP를 수상했다. 당시 오승환은 20표를 받는데 만족했다.
이듬해 오승환은 더 대단한 성적을 올렸다. 63경기 4승3패47세이브 평균자책점 1.59. 특히 47세이브는 아시아 한 시즌 최다 세이브 신기록이었다. 삼성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마지막 투수는 의심의 여지없는 오승환이었다. 풀타임 마무리 첫 해부터 놀라운 성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하필이면 그해 프로야구 최초로 투타 3관왕이 동시 출현했다. 한화 류현진은 선동렬 이후 15년 만에 투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고, 롯데 이대호도 이만수 이후 22년 만에 타격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한 것이다. 류현진과 이대호의 틈바구니 속에서 오승환은 제대로 명함도 못 내밀었다. 92표 중 류현진 47표, 이대호 35표에 오승환은 단 10표였다.
올해도 오승환은 54경기에서 1승47세이브 평균자책점 0.63으로 최고의 성적을 냈다. 블론세이브가 단 하나밖에 없었다. 올해도 삼성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어김없이 마지막 순간 오승환이 마운드를 지켰다. 그러나 윤석민이 20년 만에 투수 4관왕이 탄생했다. 설상가상으로 때 아닌 사퇴 논란에 휩싸인 것도 불운이라면 불운이었다.
올해 오승환은 마무리투수로서 보여줄 수 있는 건 모두 다 보여줬다. 그러나 아쉽게도 올해 역시 MVP는 그와 인연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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