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섭, 故 장효조 감독 영전에 바친 '신인왕'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1.11.08 10: 03

"감독님께서 안계셔서 서운하지만 지금 많이 기뻐하고 계실 것 같다".
삼성 라이온즈의 '젊은 사자' 배영섭(25)은 7일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 및 최우수 신인선수 시상식에서 총 91표 중 65표를 얻어 신인왕을 수상했다.
배영섭은 수상 후 가족들, 팀의 코치진에게 감사를 표했다. 들뜬 목소리로 취재진에게 수상 소감을 말하던 그는 故 장효조 삼성 2군 감독의 이야기가 나오자 살짝 고개를 숙였다. 2009년 입단 후 2010년까지 2군에 머물렀던 배영섭에게 당시 2군 타격코치였던 고인은 큰 스승이었다.

배영섭은 지난 9월 고인의 별세 직후 "프로에 입단한 뒤 장 감독님께 지적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경산 볼파크에서 장 감독에게 그립을 쥐는 요령부터 배트 위치까지 세세히 배우며 가다듬었다.
장 감독은 배영섭에게 자신만의 타격 이론을 강요하지 않고 함께 의견을 나누며 하나씩 개선했다. 배영섭은 "안좋을 때면 툭툭 한 마디씩 해주시는데 좋았을 때의 폼이 기억나게끔 해주셨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배영섭은 장 감독을 추모하며 "감독님을 위해 꼭 신인왕에 오르고 싶다"고 밝혔다. 앞에서는 호통치지만 누구보다 속정이 깊었던 스승을 위한 그의 바람이었다.
그리고 배영섭의 바람이 이뤄졌다. 그는 2009년 입단 후 지난해 11경기 출장(24타수 7안타)에 그쳤지만 올해 99경기에 출장해 340타수 100안타 51득점 24타점 타율 2할9푼4리로 맹활약하며 올시즌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배영섭은 수상 후 인터뷰에서 "장효조 감독님께 많이 배웠다. 그분 덕에 1군에 올라올 수 있었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배영섭은 이어 "지금 곁에 안 계셔서 많이 서운하지만 많이 기뻐하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장 감독은 배영섭에게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조언해왔다고 했다. 배영섭은 장 감독의 뜻을 이어받아 "1년만 반짝 잘하고 다음에 못하는 선수보다는 꾸준하게 잘 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아픔도 숨기고 제자들을 가르친 스승의 가르침과 지난 9월 왼손 등뼈 골절 부상을 당하고도 악착같은 회복 훈련 끝에 극적으로 한국시리즈에 합류한 제자의 성실함. 그 결과 성공한 제자는 스승의 영전에 신인왕을 바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autumnbb@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