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윤석민은 3, 4선발 투수로서 능력을 가지고 있어 보인다. 그러나 부진할 경우 중간 계투가 될 수도 있다".
미국프로야구(MLB) 스카우트를 포함한 구단 관계자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윤석민(25, KIA 타이거즈)에 대해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설마 KIA가 풀어주겠냐"는 말을 하는 구단도 있지만 혹시 모를 일에 준비를 하는 모습이다.
윤석민은 시즌을 마친 지난 10월 말 구단 측에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정식으로 요청했다. 지난 2005년 데뷔 이후 7시즌 연한을 모두 채워 해외진출 자격이 주어졌고 구단의 허가를 구한 것이다.

특히 올 시즌 29경기에 등판해 17승5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하며 정규시즌 MVP로 선정된 윤석민은 데뷔 후 최고 구위를 자랑하며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얻었다.
고교야구 대회를 지켜보기 위해 한국에 들어온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최소한 한번 이상은 윤석민의 선발 등판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그리고 준PO에서도 몇몇 구단은 한국을 방문해 윤석민의 투구를 유심히 평가했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윤석민의 능력을 어느 정도로 평가하고 있을까. 4개 구단 관계자의 공통된 의견을 조합해 보면 "윤석민은 메이저리그에서 3, 4 선발급 구위"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일단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이미 지난 2008베이징올림픽과 2009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윤석민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 당시 윤석민은 한국팀의 에이스로 나서 중요한 경기 때마다 호투를 선보였다.
특히 윤석민은 지난 2009년 3월 22일 미국 LA다저스 구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전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7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하며 한국팀을 결승으로 끌어 올렸다. 베네수엘라는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던 강타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윤석민은 이들을 상대로 140km 후반대 직구와 130km 후반대 슬라이더, 그리고 커브와 체인지업까지 배합하며 호투했다. 올 시즌 초반에는 직구가 150km초반을 꾸준히 유지했고, 슬라이더는 144km까지 나왔다.

그러나 윤석민의 국제대회 기록이 많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올 시즌 후반기에 조금은 부진했기에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지금 상황에서 모든 것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A구단 관계자는 "메이저리그는 선발 투수가 한 시즌 동안 최소 30경기는 등판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장마철에 비가 와서 취소가 되면 체력을 비축할 시간이 생기지만 메이저리그는 우천 경기도 거의 없다. 윤석민이 5일 간격으로 꾸준히 등판할 수 있을지도 아직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구단 관계자를 포함한 타 구단 역시 윤석민의 능력에 단서도 달았다.
이들은 "윤석민은 아직 메이저리그에 와서 보여준 것이 하나도 없다. 한국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들도 없기 때문에 성적을 예상하는 것 조차 힘들다"면서 "만약 선발로 등판해 부진할 경우 마이너리그로 갈 수도 있고, 불펜으로 강등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프로야구에서는 노모 히데오(43, ML 통산 123승 후 은퇴), 마쓰자카 다이스케(31, 보스턴 레드삭스), 구로다 히로키(36, LA 다저스), 우에하라 고지(36, 텍사스 레인저스) 등이 미국으로 건너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둬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평균치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에서 뛰다 메이저리그로 간 한국선수가 없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윤석민이 어느 정도 활약을 해줄지 예상하기 힘들어하고 있다. 3,4선발 또는 중간 계투로까지 이야기 한 것도 이런 측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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