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서비스 만족도 높여야
[데일리카/OSEN=김철수(자동차산업 평론가)] 기아차가 연산 30만대 규모의 중국 3공장을 건설한다. 내년 하반기와 2014년 하반기에 현대차와 기아차의 3공장이 잇따라 완공되면,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총 173만대(현대차 100만대, 기아차 73만대. 상용차 제외)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정몽구 회장은 중국 장쑤성 난징시에서 열린 기아차 3공장 투자 협약 체결식에 앞서 둥펑위에다기아차 공장을 방문하여 감성품질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성품질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야만 중국 소비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출 수 있고 새로 짓는 공장들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몽구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에서 급성장했고 올해 판매목표도 115만대에 달한다. 작년 시장 점유율은 10%에 육박하고 중소형차 부문에선 올해 폭스바겐을 제치고 중국 2위로 올라섰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세계 최대 시장 중국에서 폭스바겐, GM과 함께 톱3의 위상을 굳히고 있는 것이다. 톱3의 위상을 굳히고 있는 상황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라는 것은 다소 생뚱맞게 들린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 시장은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심각한 공급 과잉이 우려되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올해 중국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5% 미만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중국 자동차 생산은 2015년 3천만대, 2020년 4천만대로 크게 늘어나는 반면 내수 판매는 2020년 2,700만대에 머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J.D. Power의 중국 조사 자료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인지도, 판매 및 서비스 만족도는 그리 높지 못하다. 12개월 내 신차 구입 의사가 있는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신차구입 의향조사에서 2010년 베이징현대차가 브랜드 영향력 13위에 불과했고, 2011년엔 세그먼트별 구입 고려 비중이 높은 톱3 모델에 위에둥 엘란트라가 중소형차 급에서 공동 2위에 올랐을 뿐이다.
딱 한 차종을 제외한 현대기아차의 어느 차종도 구매 고려 비율 톱3에 들지 못한 것이다. 물론 최근 YF쏘나타의 월간 판매량이 1만대가 넘는 등 중형차 판매의 급신장은 매우 고무적이다.
판매 만족도 조사에선, 2010년 둥펑위에다기아차 11위였고, 베이징현대차는 산업평균 만족도에 미치지 못했다. 2011년엔 다소 개선돼 베이징현대차 9위, 둥펑위에다기아차 10위에 올랐다. 정비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선 2010년 현대차 16위, 둥펑위에다기아차 17위, 베이징현대차 19위에 불과했다. 2011년엔 둥펑위에다기아차와 베이징현대차가 각각 15위, 16위에 머물렀다.
현대기아차가 고품질과 고연비의 중국 현지형 차량을 앞세워 판매량을 빠르게 늘려왔지만, 판매량이 늘어난 만큼 중국에서 브랜드 인지도나 고객만족도를 향상시키지는 못한 것이다.
브랜드 파워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지만,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인지하고 신뢰하는 순간 소비자는 다른 브랜드로 쉽게 옮겨가지 못한다. 중국 신차 구입 의향조사에서도 이는 잘 나타나고 있다. 유럽차 구입 의향은 2009년 25%에서 올해 32%로 증가했다.
중국 소비자들의 유럽차에 대한 확고한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가 구입의향 증가로 나타난 것이다. 애석하게도 J.D. Power는 신차 구입 의향조사를 발표하면서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한국차에 대해선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정몽구 회장이 지금처럼 잘 나가는 시기에 왜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주문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판매량 증대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판매와 정비 서비스의 만족도를 높이고 한국차만의 특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창출해야만 한다.
물론 가장 기본은 고품질의 소비자 취향에 맞는 차를 개발 생산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본에 머물러서는 경쟁에 뒤처질 수밖에 없고 현재의 급속한 성장세도 사그라질 수밖에 없다. 그 순간 현대기아차는 심각한 공급과잉에 시달릴 수 있음을 지금 한창 잘 나가는 이 순간에 절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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