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종화. 처음에는 윤현진 SBS 아나운서 동생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어떤 배역에서도 눈에 띄는 연기자로 자리잡고 있다.
첫 스크린 데뷔작은 지난 달 개봉한 '오직 그대만'. 극중 전직 복서 철민(소지섭)을 결정적으로 비극에 빠뜨리는 악역 태식 역을 맡았다. 까맣게 태닝한 몸에 문신을 하고 비열한 표정을 짓는 태식에게서 드라마 '보석 비빔밥', '공주의 남자'의 코믹한 모습은 눈을 씻고도 찾을 수 없다. 이 작품들의 윤종화가 동일인물이라면 쉽게 믿지 못할 수도 있다.
"영화를 보고 저를 많이 못 알아보시더라요. '너 그런 사람이었냐'고 말하시기도 하고요. 누나(윤현진)는 '소지섭 씨 팬분들 죄송합니다'라고 트위터에 쓰기도 했어요. 실제 모습요? 영화 이미지와는 완전 다릅니다!"

극의 역할을 위해 태닝을 15번 했고,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직접 5~6시간 태우기도 했다. 캐릭터에 대해 같은 소속사 선배인 이범수에게 조언을 구해 팔 전체에 문신을 하는 팁을 얻기도. 20시간 걸려서 문신을 완성하고 주위 친구들에게 일부러 나쁘게 굴었다. 몸도 만들었다. 처음에는 근육이 없어 5개월 동안 오전에는 헬스, 오후에는 종합 격투기를 하면서 근육을 다졌다. 살이 잘 안 붙는 체질이라 고생도 했다. "저희 집이 원래 살이 잘 붙는 체질인데 유독 저만 이래요. 하루에 6~7끼씩 먹고 겨우 3kg 늘었어요. 남자가 듬직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에게 '오직 그대만'은 첫 스크린 데뷔작이다. "찍었을 때는 만족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부족한 부분 너무 많이 보이더라고요. 어떤 배우든 만족감은 없는 것 같아요. 가장 아쉬웠던 점은 '좀 더 비열했으면' 하는 것이었어요."
개봉 후에는 사비를 털어 주위 지인들한테 영화를 보여줬다. "멋있게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반응이 좋긴 했는데, 소지섭 씨 멋있다고 하는 분이 더 많았습니다. 하하."
스크린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본 소감에 대해 묻자 "민망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민망했어요. 처음 봤을 때는 민망해서 못봤고 그 이후 친구들이랑 네 번 정도 봤어요. 부모님께서는 다섯 번 보신 것 같어요. 되게 좋아하세요. 동네 분들한테도 자랑하시더라고요. 부모님이 하시는 스터디그룹에서 화환도 왔습니다."
친누나인 윤현진 아나운서의 반응을 어땠냐고 묻자 윤종화 특유의 유머감각 가득한 대답이 돌아와 웃음을 자아냈다.
"이제는 누나가 제 덕을 보고 있어요. 드라마도 영화도 잘 되고 하니까 누나가 이제 전세가 역전 됐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는 것 같아요. 이제는 누나가 영화인 가족이라 자랑하고 다닙니다."

악역은 처음이었다. '보석 비빔밥', '공주의 남자' 등에서 코믹한 역할을 많이 한 그다. 악역의 매력에 푹 빠진 윤종화는 "악역이 확실히 재미있고 성취감이 크다"라며 눈을 반짝였다.
"정말 재밌더라고요. 사람들이 처음에는 '니가 무슨 악역을 해, 착하게 생겨가지고'라고 했어요. 그런데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요. 천의 얼굴? 한 세 가지 얼굴 정도 되겠네요. 쌍꺼풀이 없어 좋은 거 같아요. 아무래도 예쁘게 생긴 친구들은 한계가 있기도 하잖아요. 부모님한테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악역을 더 하고 싶다고 했다. "아무 이유 없이 악랄한 사람 말고, 사연있는 악역을 하고 싶어요. 특히 열등감에 사로잡힌 인물에 욕심이 나요. 처음에 사람들이 제가 누나 동생이라고 해서 이득을 봤다고 했는데 정말 그건 아니었거든요. 제가 먼저 연극영화과로 진로를 정했고 연기자 꿈을 키웠어요. 사람들의 편견과 열등감을 이겨내려면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 생각했죠. 좀 더 열심히 해서 사람들의 머릿 속에서 누나의 이미지를 지워야겠다고 생각하고 노력했습니다."
본인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지나가면 '어머' 이러면서 어머님들이 엉덩이를 때리세요. 어머님을 사로잡은 막내 아들 같죠? 하하. 제 매력이요? 코믹함과 함부로 대할 수 있는 편안함이 아닐까요?"
'오직 그대만' 이후에는 종합격투기의 매력에 빠져 계속 하고 있다. 운동을 좋아하는 데다가 남자들의 강해지고 싶은 로망을 채워준다며 환히 웃었다. 같은 소속사 동생이자 절친인 배우 이진욱과 최근에는 함께 10km 마라톤을 완주하기도.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스크린 속 태식의 모습은 상상할 수 조차 없는 그다. "제가 원래 성격이 유한 편이에요. 영화를 찍으면서도 센 캐릭터이긴 한데, 소지섭 씨한테 겁을 많이 먹었어요. 워낙 톱스타이시고 저는 일개 코믹한 역할만 한 배우란 생각이 들어 위축되더라고요, 자신감을 가지려고 노력했습니다. 나는 강하다고 자기 최면을 걸었어요. 길을 갈 때도 꼬맹이들한테 눈싸움에서 안 지려고 노력했죠. 하하. 친구들한테 일부러 싸가지 없게 하기도 했어요. 배우 왕지혜 씨랑 친한데 지혜 씨가 하루는 못 참고 전화해서 뭐라고 하더라고요. 주로 절 잘 받아주는 부모님과 친구들 위주로 싸가지 없게 했죠. 죄송합니다."
소지섭과의 첫 촬영에 대해서는 "'여기서 이 분한테 얼고 들어가면 끝이다'라고 생각해서 연기를 떠나 그 분한테 위축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라고 회상했다. "역할이 그러다보니 인사만 하고 감정이 깨질까봐 못 다가갔어요. 서로 얘기도 많이 못 했어요. 그리고 소지섭 씨가 워낙 좋으신데 굉장히 과묵하시더라고요. 소지섭 씨는 배우로서 배울 점이 많은 분이시더라고요. 집중도 굉장히 잘 하시고 '아, 저래서 저 자리에 계시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코믹한 역할과 악역. 두 가지 역할 모두 매력있다는 윤종화도 자신없는 역할이 있다. 바로 '본부장' 역이다. 요즘 안방극장에 '본부장 열풍'이 불기도 했는데 윤종화는 "잘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예전에 드라마에서 한 번 했었는데 솔직히 만족을 못 했어요. 정돈돼 있는 바른 역할은 나랑 안 맞는 것 같아요. '밥 먹었어요?'라고 말하는 매너 좋고 이런 게 저랑은 안 잘 안 맞아요."
그러면서 윤종화는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라며 밝게 웃었다. "제 무기는 코믹과 악역입니다. 매력 있고 젊은 친구들에게 본부장 역은 맡기고 저는 틈새시장을 노리려고요!" 유쾌한 윤종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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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