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외국인 투수를 마무리로 기용하는 것은 사치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마무리로 활약했던 외국인 투수치고 최근 몇 년 간 재계약에 성공한 예는 2008~2009시즌 한화에서 활약한 호주 출신 좌완 브래드 토마스 정도.
올해 한화에서 대체 외국인 투수로 들어와 활약한 마무리 대니 바티스타도 재계약이 확정적이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방인 마무리들의 재계약 가능성은 선발로 뛴 외국인들에 비하면 현저히 낮았다. 그 가운데 두산 베어스가 외국인 투수 카드 하나를 마무리로 쓰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김진욱 신임 감독은 최근 "현재 우리팀 투수진 구성 상 외국인 투수 한 명이 붙박이 마무리를 맡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구단에 한 명은 마무리 요원으로 뽑아주길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올해 15승을 올린 더스틴 니퍼트와 재계약한다는 전제 하에 결정된 것이다.

이미 두산은 10월 하순 외국인 투수 후보 리스트를 압축한 상태. 여기에는 지난 2년 간 다녀왔던 도미니카 윈터리그가 배경 지식으로 깔려있다. 당시 두산은 윤석환 전 투수코치와 이복근 스카우트팀 부장, 이창규 운영팀 과장을 현장에 파견해 쓸만한 투수들을 눈에 익혀뒀다.
"경기가 벌어지면 6회부터 한 명씩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보유권을 갖고 있는 마무리 요원들이 나왔는데 다들 98마일(156km) 이상을 손쉽게 뿌렸다. 대부분은 '아직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이 있다. 1~2년 쯤 후 내게 오퍼를 한다면 그 때는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더라. 얼굴을 익혀둔 만큼 다음에는 영입이 쉬울 것이다". 윤 코치는 당시 투수들을 높이 평가했고 그 가운데 뽑았던 투수가 바로 켈빈 히메네스(라쿠텐)였다.
그렇다면 왜 그 투수들을 선발로 쓰지 않고 마무리감으로 못 박은 것인가. 마무리 투수가 필요하다는 감독의 의중도 있으나 2010시즌 당시 두산은 계투 특화되었던 히메네스를 1선발로 만들기 위해 두 달 가량은 경기 당 투구수를 고려해 등판시켰다. 엄밀히 따졌을 때 그해 14승을 올린 히메네스가 이닝이터가 된 것은 6~7월 경이었다. 중요한 것은 히메네스는 당시 도미니카 방문 시 구위로는 3~4순위에 있던 투수였다는 점. 볼 끝이 훨씬 더 위력적인 투수가 있는 만큼 마무리로 내세우기 충분하다는 자체 평가도 깔려있다.
올 시즌 막판 마무리로 활약했던 페르난도 니에베는 직구-슬라이더 투 피치 스타일의 계투 특화되었던 투수임에도 선발 보직을 수 개월 가량 고집하며 코칭스태프의 골머리를 앓게 했다. 또한 팀과 조화되지 않는 성격으로 인해 구단에서 일찌감치 재계약 의사를 포기했다. 두산은 기량도 기량이지만 외국인 투수의 팀 융화도를 높게 보는 팀이다.
물론 마무리 투수는 실패 가능성도 현저히 높다. 살얼음판 리드에서 완벽하게 막아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기 때문. 또한 선발형 투수에 비해 투구 패턴이 단조로운 만큼 자칫 실투가 나올 경우 통타당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2군 재활코치-1군 불펜코치로 재직하며 팀 내 모든 투수들을 지켜봤던 김 감독은 "경기를 통해 팀에서도 선발감을 키우겠다. 올해 선발로 뛴 이용찬은 내년에도 선발이다"라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마무리 카드는 외국인 투수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공고히 한 것과 같다.
니퍼트와의 재계약 협상을 마무리 지으면 두산은 도미니카 윈터리그서 접촉했던 투수들에게 다시 한 번 오퍼를 넣을 예정이다.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이래 이방인을 풀타임 마무리로 기용하지 않았던 두산이 과연 누굴 선택할 것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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