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8년 만에 'FA 큰 손' 될 것인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11.11 08: 44

딱 8년 전이던 2003년 말. 암흑기 시절 그들은 총액 6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투타 프리에이전트(FA) 두 명(정수근, 이상목)을 데려왔다. 결과는 실패에 가까웠으나 이는 그동안 '인색하다'라는 팀의 이미지를 희석시켰다. 이제는 암흑기를 넘어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로 약체 이미지를 확실히 벗어던진 롯데 자이언츠가 8년 만에 FA 시장의 큰 손이 될 것인가.
지난 8일 최종적으로 17명의 FA 선수들이 시장에 나왔다. 대어급도 있고 충분히 어느 구단에 가도 도움이 될 만한 선수들이 자기 평가를 받기 위해 FA를 신청했다. 신생팀 NC 다이노스의 2차 드래프트 영향도 꽤 큰 편이다.
이 가운데 주포인 이대호(29)가 FA가 되고 좌완 에이스 장원준(26)이 경찰청 입대를 결정지은 롯데의 행보를 주목할 만 하다. 롯데에서는 이대호를 비롯해 베테랑 2루수 조성환(35)과 선수단 맏형인 사이드암 임경완(36)이 FA를 신청했다.

일단 이들의 잔류를 성공시키는 것이 롯데의 1차 과제. 그러나 팀에 가장 필요한 선수이자 이번 FA 시장 최대어인 이대호의 해외 진출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선수 본인은 "해외에 가지 못한다면 반드시 롯데에 남겠다"라고 밝혔으나 오릭스를 비롯한 일본 구단들의 러브콜이 꽤 센 편이다.
조성환은 올 시즌 2할4푼3리 6홈런 36타점 9도루로 최근 수 년 중 커리어로우 시즌을 보냈으나 자기관리나 성품 면에서 팀에 귀감이 되는 선수다. 2004년 홀드왕 출신이자 올 시즌에도 18홀드(5위)를 기록하며 김사율 등과 함께 계투로 맹활약한 맏형 임경완의 공로도 인정할 만 하다.
세 명에 대한 잔류 협상이 치러진 다음 롯데의 선택도 주목해야 한다. 이대호가 더 큰 시장으로 떠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데다 15승을 올린 좌완 에이스 장원준의 이탈과 상대적으로 허약한 계투진을 반드시 보강해야 하기 때문. 마침 이번 FA 시장은 수준급 계투 요원들이 신청서를 잇달아 제출했다.
'국제용 잠수함' 정대현(33. SK)은 임경완과는 다른 정통 언더핸드 투수로 통산 32승 22패 99세이브 76홀드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한 최대어 계투. 정대현 또한 미국-일본의 관심을 받고 있는 잠수함 투수로 영입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만약 정대현을 획득하지 못한다면 '포크볼러' 정재훈(31. 두산)의 롯데행 가능성도 주목할 만 하다.
현장에서는 "만약 정재훈이 두산에 잔류하지 않는다면 롯데행 가능성이 가장 크다"라는 소문이 솔솔 풍기고 있다. 정재훈은 선발-계투-마무리를 모두 경험한 투수로 통산 121세이브를 올렸다. 올 시즌 중 어깨 부상 전력이 있고 구속이 빠른 스타일은 아니지만 자신이 원하는 곳에 제구하는 능력을 갖춘 데다 현역 최고의 포크볼 구사력을 자랑한다.
장원준이 공백을 낳은 선발진은 김수완, 이재곤 등 선발 경험을 갖춘 이들을 재발탁해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다. 그러나 계투 보강은 롯데의 만성적인 약점으로 지적된 부분. 내부 성장이 없다면 외부 수혈을 해서라도 반드시 계투진 보강을 해야하는 팀이 롯데다. 그동안 더 높은 고지를 오르는 과정에서 계투진 난조가 번번이 발목을 잡았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대호가 팀을 떠날 경우 그를 대체하며 공격 컬러를 바꿀 만한 타자 영입도 고려할 만 하다. 가장 가능성 있는 카드는 바로 경남상고(현 부경고) 출신의 이택근(31. LG)이다. 공-수-주를 두루 갖췄다는 평을 받은 이택근은 이대호의 포지션인 1루도 확실하게 맡을 수 있다. LG서의 2시즌 동안 부상으로 인해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으나 몸만 건강하다면 언제든지 상대 투수진을 위협할 수 있는 실력파 타자.
또한 롯데에는 한 방과 빠른 발을 겸비한 이택근과 비슷한 스타일인 전준우가 있다. 스피드에서는 국내 최고급인 김주찬과 함께 전준우와 이택근을 동시에 상위타선으로 기용할 수 있다면 롯데는 팀 컬러를 누상에서 주자를 확실히 압박할 수 있는 야구로 전환할 수 있다. 이대호 만큼의 장타력 대신 그를 훨씬 능가하는 준족의 타자 영입을 통해 팀의 야구 색깔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과잉 중첩 투자는 반드시 독을 낳는다. 그러나 필요한 곳, 부족한 곳에 제대로 투자한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낳을 수 있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로 부산 팬들을 흡족케 했던 롯데가 투자의 갈림길에서 어떤 행보를 보여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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