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보라스가 한국야구를 뚫었다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1.11.09 11: 04

모두가 간과하고 있다. 한국프로야구도 이제 프로축구처럼 ‘에이전트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될 수 있는 신호탄이 쏘아지고 있는 것을 한국야구위원회(KBO)나 구단들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 KBO와 구단들이 이전까지 그토록 팔을 걷어붙이고 반대했던 에이전트제가 저절로 자리잡아가는 느낌이다. 한국인 에이전트가 아닌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이기 때문인지 무감각하다.
하지만 현재 규정상으로는 엄연한 위반행위이다. 현재 한국프로야구 규약 제30조에는 '변호사만이 선수 대리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시행은 추후 결정한다'고 적시돼 있다. 아직 미실시로 대리인제도는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라스가 '미국진출'이라믄 명분아래 한국선수들과 대리인 계약을 맺었는데도 누구도 이를 어필하지 않고 방치해놓고 있다. 이번 사항이 얼마나 한국프로야구에 영향이 미칠지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근 보라스 코퍼레이션은 한국프로야구 간판 투수들인 KIA 타이거즈 우완 투수 윤석민(25)과 한화 이글스 좌완 투수 류현진(24)과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했다고 일부 언론을 통해 밝혔다. 이어 윤석민도 보라스 사단과 계약했음을 직접 밝히는 등 미국 진출을 위해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선임했음을 알렸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보라스와 계약을 한 것은 엄연한 규약 위반으로 KIA 구단의 재산권 침해 사항이다. 윤석민은 프리 에이전트(FA)가 아닌 단지 해외진출자격(7시즌 소화)을 획득한 선수로 앞으로 2년간은 KIA 타이거즈 소속으로 더 뛰어야 한다. 따라서 현재 윤석민은 KIA 구단의 재산이다.  하다못해 윤석민이 광고계약 등 야구관련 일을 계약하려면 KIA 구단 동의가 선결 조건이다.
그런데 보라스 사단은 KIA 구단의 허락도 없이 선수와 직접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하고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하겠다는 의도롤 밝히고 있다. KIA 구단이 심각한 재산권 침해로 여기고 보라스 사단을 상대로 소송도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다.
미국 야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신인부터 2, 3년차 프로 유망주들까지 소속 구단 동의없이 모두 에이전트 계약을 할 수 있다. 프로축구처럼 본격적인 에이전트 제도가 실시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미국과 달리 한국은 한국만의 제도가 있다. 그런데 보라스가 마치 미국에서처럼 선수와 계약을 했다. 이는 한미 선수협정 등으로 문제삼을만한 사항”이라고 분석했다.
보라스를 시작으로 이제부터는 선수 에이전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우후죽순처럼 선수들과 계약을 맺을 것이 예상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미 많은 연예기획사들도 프로야구 선수들의 에이전트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라스처럼 이들도 선수들과 직접 접촉하고 일찌감치 입도선매하는 일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금 당장은 구단들이 꺼려하는 ‘연봉 협상’에 대해 코치를 하지는 않겠지만 해외진출 자격을 얻을 때부터는 구단들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야구계의 한 인사는 “언젠가는 에이전트제가 우리 야구에도 도입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규정을 어긴 보라스의 계약건은 문제가 있다. 어찌보면 한국야구 주권을 침해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KIA 구단과 KBO가 강력히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에 항의해야할 사안”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보라스라는 ‘구멍’ 하나로 인해 그동안 막혀있던 ‘에이전트제’라는 '둑'이 우르르 무너내리기 직전의 한국프로야구이다. 윤석민과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 성공 여부와 더불어 KBO와 각구단들이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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