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내비게이션, 대체수요가 시장 주도한다!
OSEN 하영선 기자
발행 2011.11.09 16: 58

PND 위축, 순정 및 시판 매립형 제품 인기 
[데일리카/OSEN=김철수(자동차산업 평론가)] 전년 동기 대비 올해 상반기 매출 9.2%↓, 영업이익 45.9%↓, 당기 순이익 36.3%↓. ‘아이나비’ 브랜드로 국내 내비게이션 1위 업체인 팅크웨어의 올 상반기 경영실적이다. 2위 업체인 파인디지털은 매출, 영업이익, 당기 순이익이 각각 20.2%, 83.1%, 75.1% 감소하여 팅크웨어보다 더 심각하다. 정확하게 집계된 자료는 없지만, 업계에선 팅크웨어와 파인디지털이 국내 내비게이션 애프터 마켓의 60%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은 2005년 대중화 이후 팅크웨어와 파인디지털 등을 비롯한 애프터 마켓 위주로 성장해 왔다. 애프터 마켓 전체 시장규모(PND+매립형 제품)는 2004년 20만대 안팎에서 2007년 200만대를 돌파하며 급성장했으나, 2010년 180만대, 올해 150만대, 내년 130만대 정도로 그 수요가 크게 줄고 있다.

70~80만원대 매립형 제품은 올해 40만대, 내년 50만대 등으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주력인 20~40만원대 PND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프터 마켓과는 달리 비포 마켓은 큰 폭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비포 마켓은 2007년까지 10만대도 채 되지 않았으나, 2009년 20만대를 돌파했고 올해는 4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00만원대 초중반의 고가에도 불구하고 4년만에 4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최근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 흐름은 이처럼 매립형 약진과 PND 위축으로 요약된다. 대중화 단계를 지나 포화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기존 PND의 대체 제품으로, 신규 PND가 아니라, 애프터 마켓의 매립형이나 비포 마켓 등의 고급 제품이 선택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의 대중화는 PND 위축의 한 원인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원인은 시장의 중심이 신규수요에서 대체수요로 이동했다는 데 있다. 앞 유리창에 붙이고 다니다가 이제는 대시보드에 아주 깔끔하게 내장하고 싶은 욕구가 현재의 내비게이션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비포 마켓 제품은 차량 개발 과정에서부터 2년여 간에 걸쳐 철저하게 차량과 최적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제품 신뢰도 측면에선 애프터 마켓의 매립형 제품보다 훨씬 더 우수하다.
반면 가격이 최대 두 배 정도 비싸고, 차량 최적화 과정에서 완성차의 품질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몇몇 기능이 삭제되고 지도의 UI(User Interface) 등이 다소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무상보증수리 기간과 A/S 등은 완성차의 공식 정비 체계와 동일한 비포 마켓이 애프터 마켓의 매립형보다 더 유리하다.
J.D. Power는 2010년 미국 내비게이션 사용자 만족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비포 마켓 제품 사용자가 PND와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별도로 사용하는 비중이 각각 36%, 24%에 달하고 이들의 28%가 PND와 스마트폰의 길안내를 더 선호한다고 지적했다. 일본도 이와 비슷한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도 비슷한 현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PND와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의 경쟁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비포 마켓 제품들은 지도 UI와 사용자 편의성, 길안내의 정확성을 더 개선해야 함은 물론 가격을 애프터 마켓 제품과 경쟁 가능한 수준으로 떨어뜨려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현재의 비약적인 성장세는 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 또한 애프터 마켓 업계는 매립형 제품의 고급화와 차량 환경 최적화에 박차를 가하지 않으면, 현재 내비게이션 시장 주도권을 비포 마켓에 내주게 될 것이다. 비포 마켓과 애프터 마켓의 치열한 경쟁 속에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이 한층 더 성숙해지길 기대한다.
*After market / Before market: 차량 출고 전후를 따져서 출고 전에 형성된 시장은 Before, 출고 후에 형성된 시장은 After로 분류한다. 내비게이션은 차량 구입 시에 옵션으로 선택하여 출고할 때 장착돼 나오면 Before, 출고 후에 일반 시중에서 구입하여 앞 유리창에 부착하거나 대시보드에 매립하면 After 마켓이다.
*PND: Portable Navigation Device. 차량 앞 유리창에 부착하는 내비게이션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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