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없는 겨울, 부산 사직구장은 다시 한 번 달아오를 준비를 마쳤습니다. 바로 13일 사직구장에서 부산고와 경남고의 '현대자동차와 함께 하는 야구 라이벌 빅 매치'를 앞두고 있기 때문인데요.
부산·경남 지역을 대표하는 두 학교답게 라이벌 의식도 대단합니다. 롯데 구단 내에는 선수부터 시작해서 코치, 전력분석원, 스카우트, 프런트 직원 등 부산고와 경남고 출신이 많이 포진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부산고 출신과 경남고 출신 동문들의 날선(?) 언사가 여기저기서 오가는 실정입니다.
사직구장에서 한창 벌어지고 있는 롯데의 1차 마무리훈련은 아직 훈련강도는 높지 않고 가볍게 몸을 푸는 정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마무리훈련 3일차였던 9일 역시 그라운드 훈련은 오후 2시경 마무리 됐는데요. 다들 정리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몇몇 코치와 프런트, 그리고 선수 한 명이 그라운드에 남아 캐치볼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가가 확인해 보니 롯데 구단 점퍼를 입고 있던 사람은 정진식(40) 원정 전력분석원이었고 공을 받아주던 선수는 이번에 신인으로 입단한 내야수 신본기(22)였습니다. 경남고를 나온 정진식 전력분석원은 고교시절 포수로서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하는 등 큰 기대를 모았던 선수였습니다. 이번 부산고-경남고 매치에서 포수로 경기에 나설 때를 대비, 2루 송구 훈련에 한창이었습니다.
정진식 스카우트는 신본기에게 "내 볼 어떻냐, 좀 더 뒤로 물러나서 받아라, 그 정도면 홈에서 2루까지 거리 되겠냐"는 등 주문사항이 많았는데요. 옆에서 보다 못한 박정태(42) 타격코치가 "공이 그게 뭐냐. 그래서야 경기 나가겠냐"며 표성대(34) 전력분석원을 부릅니다.
표성대 전력분석원은 부산고 주전포수 출신입니다. 자연 정진식 전력분석원은 긴장과 경계어린 눈으로 13일 경기에서 맞설지도 모를 상대 주전포수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는데요. 아무래도 한 살이라도 어린 표성대 전력분석원의 공이 훨씬 나았습니다. 게다가 요즘도 꾸준히 롯데 타자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주니 공 던지는 건 정진식 전력분석원이 따라가기 쉽지 않았죠.
그걸 보던 박정태 코치는 신이 난 듯 "거 봐라. (표)성대 공이 훨씬 낫지 않냐. 그래가지고 13일날 게임 뛰겠냐"고 한마디 합니다. 알고보니 박정태 코치는 동래고 출신, 원래 싸움은 구경하는 사람이 더 신나고 재미있는 법 입니다.
정진식 전력분석원은 표성대 전력분석원이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13일날 너도 게임 나오냐"며 경계어린 질문을 했고, 경기에 나오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야구로 마케팅을 하기 위해 필수 요소는 '권위'와 '전통'이라고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현대자동차에서 주최하는 부산고와 경남고의 대결은 권위와 전통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거기에 야구가 없는 늦가을에 사직구장에서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은 홍보에 더욱 도움이 되겠죠. 또한 출전을 앞둔 OB들이 이렇게 승부욕을 불태우니 경기의 재미도 보장된 것 같습니다. 이런 이벤트가 좀 더 늘어나 야구 없는 슬픈 계절을 달래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신천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