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들어온 신인 중에서 쟤가 눈에 띄더라고. 어디에 갖다놔도 잘 할것 같아".
마무리훈련이 한창인 9일 사직구장. 거인군단에 프로 첫 발을 내딛은 신본기(22)는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지 모른 채 구슬땀을 쏟으며 그라운드의 백구를 쫒고 있었다. 내야 전 포지션을 오가며 진행된 수비 훈련에서 신본기는 신예답지 않은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주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훈련을 지켜보던 롯데 권두조(60) 1군 수석코치는 "내야에서는 신본기가 눈에 띈다"며 추켜세웠다.
경남고-동아대를 나온 신본기는 지난 8월 2012년 신인지명회의 2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아 계약금 1억 2000만원을 받고 롯데에 입단했다. 별명이 '기본기'일 정도로 수비 기초가 탄탄하다고 인정받는 신본기는 대학교 2학년 때부터 빠지지 않고 국가대표로 차출됐다. 지명 당시에도 롯데 내야의 미래를 책임질 재목으로 기대를 모은 유망주다.

오후 훈련이 끝난 뒤 만난 신본기는 입단 첫 단체 훈련에 상기된 모습이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사직구장에서 롯데 유니폼을 입고 훈련을 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현재 신본기는 2루 수비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아직 본격적으로 훈련에 돌입한 것은 아니지만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신본기는 "원래 주 포지션은 유격수였고 3루도 가끔 봤다. 하지만 팀이 필요하다면 어떤 포지션이든 관계없이 자신 있다"고 당찬 모습을 보였다.
가장 자신있는 것은 역시 수비다. 신본기는 "타격이 좋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는데 사실 수비가 자신있다. 내가 가진 장기는 수비라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 전광렬 코치님이 수비 기본을 다 잡아주셨다. 그래서 이번에 고른 등번호 56번도 전광렬 코치님 번호를 그대로 따랐다"고 말했다. 타격 역시 자신은 있지만 장타력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힘은 있는데 이상하게 공이 펜스까지 안 가더라"며 한숨을 쉰 신본기는 "그래도 힘을 키우기 위해 짜여진 일정대로 훈련하니 타구에 점점 힘이 붙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대졸 내야수 가운데 최대어로 손꼽히며 상위 라운드에서 롯데의 지명을 받은 신본기지만 좌절도 있었다. 초중고를 함께 나온 친구 장성우는 2008년 신인지명에서 롯데 1차 지명으로 입단했지만 신본기는 어떤 구단에서도 부름을 받지 못했다. 결국 신본기는 동아대로 진학을 했고 4년간 절차탁마해 롯데의 지명을 받는 데 성공했다. 신본기는 "야구를 하면서 제일 힘들었을 때가 고교 졸업 후 미지명 되었을 때였다"면서 "그땐 정말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를 악물고 다시 덤볐다"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신본기에게 친구 장성우에 대해 물었다. 신본기는 "성우는 제가 이야기 안 했으면 야구 못했을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신본기와 장성우는 감천초-경남중-경남고를 함께 졸업한 친구다. 야구를 먼저 시작한 건 신본기였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했던 신본기는 3학년 때 장성우를 야구의 길로 끌어들였다고 한다. "(장)성우가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도 잘 하고 덩치도 좋았다. 그래서 야구부 코치님께 '쟤 야구 하면 잘할 것 같다'고 말씀 드렸더니 얼마 안 있어 성우가 야구부에 들어오더라"고 말한 신본기는 "초등학교 때 저는 투수, 성우는 외야수를 봤다. 그러다 중학교 올라갈 때 성우가 포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교 졸업 후 장성우는 프로로, 신본기는 대학으로 진학해 잠시 연락이 뜸해 졌었지만 다시 롯데에서 만나 반갑단다.
신본기는 지난달 26일 김성호와 함께 모교 동아대에 2000만원과 500만원 상당의 제빙기를 전달했다. 또한 신본기는 추가로 경남고에 500만원을 기탁하며 미담을 만들었다. 신본기에게 기증 배경에 대해 질문하니 "대학 4년 동안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다녔다. 성호랑 반반 해서 동아대에 냈지만 4년 등록금을 따져보면 별 것 아닌 액수지 않나"라며 쑥스러워했다. 또한 "지명되고 난 뒤 감독님과 주위 사람들이 조언해 줘 기증을 결정했지만 아무 말이 없다 하더라도 꼭 기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받은 게 많으니 어렵게 운동하는 후배들에게 돌려주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신본기에게 내년 목표를 물었다. 최대 목표는 1군 진입이다. 신본기는 "롯데에 쟁쟁한 선배가 많아 일단 1군 무대를 밟는 게 최대 목표다. 솔직히 경쟁이 치열한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문규현 선배만 봐도 오랜 시간동안 2군서 힘들게 훈련하다 올 시즌 1군에서 자리 잡지 않았는가. 몇 년이던지 참고 인내할 각오가 되어 있다"면서 "어릴 적 야구를 시작할 때 꿈이 롯데 유니폼을 입고 야구를 하는 것이었다. 롯데이기 때문에 기다리고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희망을 잃지 않고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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