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선수협이 이렇게까지 됐는지...".
내부 비리 혐의로 내홍을 겪고 있는 프로야구선수협의회를 살리기 위해 고참 및 선수 대표들이 10일 오후 KTX 대전역사 회의실에서 모였다. 이날 3시간 30분 가량 긴급 회의를 가진 선수들은 의견은 명확했다. '선수협의 실추된 이미지를 씻고, 깨끗하고 투명하게 운영하자'는 것이었다.
참석자들을 대표한 홍성흔(롯데)은 "그동안 선수협과 대화가 없었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해진 것이다. 선수협에서 한마디라도 선수들에게 제대로 이야기했다면 이렇게 일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너무 묵묵부답이었다"며 "선수들 사이에서 선수협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고 모임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기존의 선수협 집행부가 정말로 하나도 잘못한 게 없다면 물러날 이유는 없다 본다. 하지만 우리도 법정에 제출된 자료를 본 결과 그렇게 투명하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모여 회의하게 된 것"이라며 "선수협에서 먼저 추후에 어떻게 하겠다는 움직임이나 한마디만 했더라면 이런 자리까지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홍성흔은 이번 긴급 모임의 순수성도 강조했다. 그는 "정말로 고참 선수들만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면 스스로 옷을 벗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며 "어떻게 선수협이 이렇게까지 됐는지 고참으로서 답답하다. 어느 선수라도 이런 자리에는 나서고 싶지 않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후임 사무총장 인선 여부에 대해서는 "그런 것까지 고려했다면 우리 선수들이 더 나쁜 것이다"라고 답했다.
자신을 둘러싼 루머에 대해서도 "내가 대표로 좋은 이익을 챙기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인다면 내년 시즌 스스로 옷을 벗겠다. 선수협에 대해서 무엇을 원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하는 것이라면 내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 선수들이 더 이상 이런 일에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정말 투명하고 깨끗한 선수협이 됐으면 하는 바람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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