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움직이는 선수협, 바로잡힐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11.11 13: 09

내부 비리 혐의로 내홍을 겪고 있는 프로야구선수협의회를 위해 선수들이 직접 두 팔을 걷어붙였다. 실추된 선수협 이미지를 씻고 '투명하고 깨끗한 선수협'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0일 대전역사회의실에서 홍성흔 송승준(이상 롯데) 최동수 이호준(이상 SK) 이병규 박용택(이상 LG) 신경현 류현진(이상 한화) 송지만 김일경(이상 넥센) 손시헌(두산) 등 11명의 현역 선수들이 긴급 회의를 가졌다. 3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회의를 통해 선수들은 행정 마비를 초래한 집행부 사퇴에 의견을 모았다. 해외 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삼성과 KIA 선수단도 위임장을 보내 의견을 같이 했다.
선수들을 대표한 홍성흔은 "불미스런 일로 모이게 돼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뒤 "선수협에 대한 각종 루머와 의혹이 많다.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선수들이 모였다"고 긴급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14일 긴급 총회를 통해 집행부 사퇴와 관련된 결론을 지을 계획을 밝혔다.

선수협은 비리 의혹으로 행정이 마비된지 오래다. 사무총장 A씨도 비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 A씨는 지난 4월 온라인 게임개발업체로부터 선수들의 초상권 독점사용에 대한 청탁과 함께 25억 원을 받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고, 선수협의 행정은 사실상 마비됐다.
홍성흔은 "그동안 선수협과 선수들 사이에 대화가 없었기 때문에 일이 심각해졌다. 선수협에서 너무 묵묵부답이었다"며 "한마디라도 제대로 해줬다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선수들 사이에 선수협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홍성흔은 "선수협의 주인은 선수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물론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홍성흔도 "우리가 마음대로 움직이겠다는 게 아니다. (집행부에게) 자칫 부당한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총회를 열고 해명을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 14일 긴급 총회를 통해 사무총장 A씨와 손민한 회장에게 해명할 기회를 준 것이다. 홍성흔은 "집행부가 정말 하나도 잘못한 게 없다면 물러날 이유는 없다"며 "우리도 법정에서 쓰인 자료를 본 결과 그렇게 투명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 아래 모여서 회의한 것"이라고 근거를 댔다.
선수들 분위기는 현재 집행부의 해임으로 모였다. 그러나 14일 총회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15일 오후 2시30분 인천지법 부전지청에서 열리는 사무총장 A씨 재판에도 선수 대표들이 직접 참석하기로 했다. 더 이상 지켜만 보지 않고 직접 움직여 곪을 대로 곪은 선수협을 바로 세우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현. 그동안 선수협에 무관심하게 방치한 것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선수들은 순수성을 강조했다. 우려속에서도 회의에 참석해 선수들의 의견을 모았다. 홍성흔은 "쉬거나 몸을 만들어야 할 지금 이런 일에 신경쓰는 것 자체가 선수들에게는 스트레스"라며 "선수협이 정상화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모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집행부 여부에 대해서도 "그런 것까지 고려했다면 우리 선수들이 나쁜 것이다. 지금은 새로운 집행부가 아니라 실추된 선수협을 회복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답했다.
선수협은 선수들의 돈으로 운영된다. 프로야구에 소속된 모든 선수 연봉의 1%가 모여 운영되지만 정작 선수들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무관심했다. 하지만 사무총장 A씨의 비리 혐의가 드러나면서 선수들이 직접 두 팔 걷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과연 선수협이 실추된 이미지를 씻고 정상 운영될 수 있을까. 선수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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