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사직구장은 다시 한 번 열기에 휩싸입니다. 부산·경남 지역을 대표하는 야구 명문고인 부산고와 경남고의 '현대자동차와 함께 하는 야구 라이벌 빅 매치'를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전 선수의 면면도 화려합니다. 롯데를 대표하는 투수인 송승준(경남고)과 장원준(부산고)의 선발 맞대결이 예정되어 있고 이대호(부산고)가 깜짝 투수로 나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처음 6회는 현역 선수들로 채워지고 뒤의 3회는 OB 멤버들이 치릅니다.
그런데 부산지역과 큰 연관이 없는 현대자동차가 이번 행사를 주최한 것에 궁금증이 생깁니다. 대회 주최 관계자는 "한국에서 가장 야구열기가 뜨거운 곳이 부산이기에 이 지역의 명문 라이벌 두 학교의 매치를 준비했다"며 "또한 야구 활성화를 위해 프로야구 열기가 높은 곳에서 대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은 전국에서 현대자동차의 점유율이 가장 떨어진 곳이 부산이라 합니다. 그래서 현대자동차는 적극적으로 부산지역 마케팅을 실시한다고 하네요. 롯데 구단 관계자는 "부산에 르노삼성 공장이 있어서 르노삼성자동차의 점유율이 높은 대신 현대자동차의 점유율이 낮다"고 귀띔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말 기준 현대자동차의 전국시장 점유율은 46%였지만 부산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며 41%에 그쳤다고 합니다.
부산 시내를 다니다보면 나비넥타이를 맨 이대호의 사진이 크게 실린 현대자동차 광고를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이대호는 지난 8월 현대자동차 홍보대사로 위촉되며 하이브리드 SUV 자동차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번 대회 역시 현대자동차의 부산지역 마케팅의 일환이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현대자동차가 내건 대회 상금 규모도 만만찮습니다. 승리 팀에만 상금을 증정한다면 자칫 경기가 과열되어 부상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로 인해 현대자동차는 양 팀에 똑같이 5000만원과 SUV 승용차 한 대씩 증정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단순한 친선경기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 같습니다.
지난 7월 22일엔 목동구장에서 상조회사 주최로 경남고와 군산상고의 레전드 매치가 벌어졌습니다. 김봉연, 최동원, 김성한, 허구연 등 추억의 야구인들이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펼치는 모습은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회를 주최했던 상조회사 역시 만족할 만한 마케팅 효과를 봤다고 하네요. 이제 우리나라에서 야구는 스포츠 마케팅에 적극 활용될 정도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고 보여 집니다. 전통과 스토리를 지닌 라이벌 매치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다음엔 어떤 '레전드 매치'가 팬들 앞에 선보일지 궁금하네요.
/신천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