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입대하는 것보다 지난 9년 동안 가을야구를 하지 못한 것이 더 아쉽다".
LG 트윈스 내야수 박경수(27)가 입단 후 지난 9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오르지 못한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오는 17일 논산 훈련소에 입대한다.
병무청 신체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아 상무 또는 경찰청을 가지 못하게 된 박경수는 방배경찰서에서 공익 근무 요원으로 2년 동안 군복무를 할 예정이다.

10일 OSEN과 전화통화를 한 박경수는 "시즌 마치고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고 가족들과 함께했다. 친형 결혼식도 있었다. 처음에는 편하게 쉬어보려고 했는데 잘 안되더라. 꼭 백수가 된 기분이었다"며 웃었다.
지난 2003년 성남고를 졸업한 박경수는 1차 지명을 받으며 LG 유니폼을 입었다. 호리호리한 체형이지만 고교시절 곧잘 홈런포를 치면서 유격수로서 빼어난 실력을 보여 특급 유망주로 기대를 받았다.
2003년 데뷔 첫 해 84경기에 출장해 2할7푼3리의 타율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인 박경수는 2006년부터 100경기 이상을 출장하며 서서히 주전으로서 역할을 소화했다. 그는 2008년 2할5푼9리의 타율에 95안타를 기록하며 잠재력이 터지는 듯 싶었으나 올 시즌까지 끝내 3할을 돌파하지 못했다. 박경수 본인 뿐 아니라 LG 팬들도 그의 잠재력이 끝내 터지지 않자 아쉬워했다.
박경수는 '수비요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수비를 하는 센스를 보면 분명히 남이 갖지 못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는 올 시즌 2루와 유격수를 오가며 데뷔 후 가장 많은 17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멀티 포지션이 그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박경수 역시 "군대 가는 것보다 입단 후 지난 9년 동안 가을 야구 못한 것이 더 아쉽다. 군대는 다녀와서 다시 야구를 할 수 있지만 입단 후 9년 동안 포스트시즌을 가지 못한 죄책감이 크다. 내가 좀 더 잘 했다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남아 있다"며 마음을 표현했다.
특히 박경수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특유의 테크토닉 댄스를 추며 자신을 연호해준 팬들에게 미안한 듯 했다. 그는 팬들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는 말에 "음, 솔직히 이제는 어떤 말을 하더라도…, 아. 이제 (가을야구 한다는) 선수들 말은 다 거짓말이라는 분위기가 되어버려서 면목이 없다"라고 말한 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그는 이내 용기를 내어 "아, 그래도 4강도 떨어지고 안 좋은 분위기 속에서도 LG팬들은 야구장에 많이 찾아주셨다"면서 "팬들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다"는 말을 반복했다.

박경수는 공익근무를 하기 때문에 2년 동안 경기에 출장하기 힘들다. 그는 당장 방배 경찰서에 배치를 받자 마자 부상 때문에 고생했던 햄스트링과 손목 치료와 재활에 집중할 예정이다. 그는 "잔부상도 많았는데 웨이트 프로그램도 새로 짤 것이다. 수영도 할 것이다. 6개월 정도는 이렇게 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부를 많이 할 것이다. 9년 동안 나만의 색깔이 없었던 것 같다. 타격 폼도 자주 바뀌었다. 솔직히 잘 치는 사람은 폼이 한결 같더라"고 말하면서 "이론적으로 공부해서 확실한 내 것을 만들 것이다. 연습 공간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제는 2년 동안 실전 공백이다. "상무나 경찰청 갔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한 박경수는 "실전감각은 조금 떨어질 것 같은데 몸을 많이 만들어 놓으면 이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실전 감각은 무리인 것 같고 제대 후 캠프 때 끌어올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몸만 잘 되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TV로 많이 보고 기회가 되면 야구도 하겠다"며 나름대로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다.
앞으로 2년 동안 어떻게 보냐고 말하자 "보고 싶으면 방배 경찰서로 오라. 수갑 채워주겠다"며 농을 던진 박경수는 "2년 후에 돌아 왔을 때는 30대가 된다. 팀에서도 중고참이다. 그때는 정말로 팀 성적이 중요한 시점인 것 같다. 그때 되면 후배들이나 선배들과 함께 해서 중간 역할을 잘 해야 할 것 같다"면서 "팬들에게 정말 정말 죄송하고 2년 뒤에 돌아와서 더 좋은 모습으로 꼭 인사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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