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형, "선수협 문제, 고참들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11.12 11: 19

"진정으로 선수협을 위한다면 고참 선수들부터 인식을 바꿔야 한다".
프로야구선수협의회는 지금 난관에 봉착해 있다. 사무총장 A씨의 횡령 비리 혐의로 선수협 이미지가 실추된 가운데 고참들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직접 두 팔 걷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은퇴 선수 이도형(36)은 마음이 편치 않다. 그는 11일 "진정으로 선수협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고참 선수들이 잘 인식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도형은 "이번 선수협 사태는 결국 선수들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고참 선수들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10일 긴급 회의도 그렇다. 진정으로 선수협을 생각한다면 조용하게 일을 처리했어야 옳다. 이런 식으로 선수협 문제가 크게 알려지면 이미지만 더 크게 실추된다. 결국 구단들만 좋아할 일"이라며 작금의 상황을 꼬집었다.

지난해 FA 권리를 행사했으나 끝내 계약을 맺지 못하며 은퇴한 이도형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선수협 7~10기 한화 구단 대표를 지냈다. 4년간 대표로 활동하면서 선수협에 대한 선수들의 무관심을 누구보다 실감했다. 그는 "(2009년말) 선수협이 노조 전환을 시도할 때 선수들은 관심도 없었다. 손민한 회장에게만 무거운 짐을 떠맡겼을 뿐 어느 누구도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선수협 이사회에서 안건 하나 올라오면 선수들은 여기저기 서로 눈치만 본다.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없던 일이 되기도 한다"며 "고참 선수들은 뒤로 물러서 있다. 선수협 총회를 하는데 중간 선수들을 보낸다. 관심이 없기 때문에 선수협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잘 모른다. 선수협의 주인이라는 선수들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도형이 가장 걱정하는 건 어린 선수들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고참 선수들이 지금 이렇게 나서는 것이 보기 좋을지 모른다. 그러나 잘 파악해야 한다. 진정으로 선수협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개인의 이익과 구단에 잘 보이기 위한 것인지를 봐야 한다"며 "어린 선수들은 고참 선수들을 보고 배운다. 10년 전에도 지금 같은 일이 있었는데 밑에 선수들이 보고 배웠다. 고참 선수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 같은 악순환만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도형은 "나는 선수협에서 구단 대표를 지냈기 때문에 사정을 알고 있다. 이제는 은퇴한 입장이기에 이렇게 가감 없이 말할 수 있는 것"이라며 "바깥에서 객관적인 입장으로 바라보니 많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야구판이 좁다. 결국 구단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라며 "고참 선수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아닌 건 아닌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선수들이 선수협에 관심도 없었고 이기적이었다. 고참 선수들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지금 당장은 힘들지 몰라도 조금씩 변해야 한다. 어린 선수들도 지금 상황을 잘 파악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진정한 선수협의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