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풀리지 않는 실타래 같았다.
11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 얘기다. 상대가 월드컵 3차 예선에서 3전 전패를 기록하고 있는 최약체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였다.
역시 건강 이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기성용의 빈자리가 컸다.

조광래 감독은 그 대안으로 수비수 홍정호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했다. 원정으로 치르는 불리한 상황인 만큼 수비를 중시하겠다는 선택이었다. 최근 잦아진 실점을 줄이겠다는 의도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선택이 결과적으로 잘못이었다.
홍정호는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상대의 역습을 조기에 잘 차단했다. 든든했다.
하지만 그 든든함은 수비에 한정됐다. 중원에서 역삼각형의 아랫부분에 포진된 홍정호는 빠른 역습을 살리는 역할이 주어졌지만, 오히려 템포를 늦추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덕에 한국의 공격은 후방에서 연결되지 않는 공을 기다리느라 정적으로 흘러갔다. 보다 못한 구자철이 뒤로 내려왔지만, 그 조차도 상황을 해결하지 못했다. 조 감독의 구상이었던 측면 풀백의 공격 가세도 별 소용이 없었다. 공격진도 내려오는 상황이 됐고, 공격 과정은 세트 플레이에 의존하는 처지가 됐다.
문제는 세트 플레이에서도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 동안 한국은 기성용이 세트 플레이를 책임졌다. 기성용이 빠진 상황에서 구자철(오른발)과 홍철(왼발)이 나섰지만, 그 정확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한국이 전반전 내내 단 한 개의 유효 슈팅도 만들어내지 못한 이유다.
결국 조 감독은 후반 교체 카드로 전혀 다른 팀으로 변화를 꾀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지동원 대신 손흥민을 투입하면서 공격의 역동성을 살렸고, 후반 19분 이승기를 출전시키며 홍정호를 수비로 내렸다. 조 감독 스스로 자신의 선택이 잘못됐음을 인정한 셈이다.
답답한 경기가 풀리기 시작한 것도 그 이후였다. 이근호가 구세주로 등장했다. 후반 34분 교체 투입된 이근호는 후반 43분 이용래의 패스를 결승골로 만들어냈다. 답답했던 UAE전에서 탄성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종료 직전 박주영이 다시 한 골을 추가하면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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