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고 못하라는 법 없거든요. 선수로는 못 뛰더라도 어떻게든 야구 관련 일을 하고 싶어요".
11일 명지전문대학 공학관에서는 제3기 야구심판 양성과정 개강식이 열렸다. 190명에 가까운 심판 지원자들이 저마다 설렘과 열정을 뿜어내고 있는 가운데 미모의 여성 지원자가 눈에 띄었다.
주인공은 바로 한양공고 건축과 교사 이경은(31)씨. 그러나 2년 전까지만 해도 한 경제방송의 앵커로 더 유명한 그녀였다. 야구심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이력. 그녀는 어떻게 심판에 도전하게 된 걸까.

이씨는 "사실 스포츠를 너무 좋아해서 어렸을 때 꿈이 장내 아나운서였다"며 "크면서 스포츠 쪽 아나운서를 지망했는데 2000년대 초반 내가 준비할 때만 해도 지금 같은 여자 스포츠 아나운서는 드물었다. 그래서 길을 돌아돌아 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몇 년 동안 프리랜서 앵커로 일했다. 경제방송에서도 유명했지만 교통방송에서는 처음에 날씨와 교통 상황을 보도하다가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인정받아 스포츠 코너를 신설하기도 했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그녀는 건축학과 전공을 살려 교사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 사랑은 이씨를 다시 움직였다. 그녀는 "어떻게든 야구 관련 일이 정말 하고 싶었다. 심판을 하게 되면 주말에 사회인 야구 심판을 할 수도 있고 오랫동안 야구와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야구심판 지원 이유를 밝혔다.
이씨는 "여자 동창이 유명한 축구 국제심판이다. 여자라고 못하라는 법은 없지 않나. 어떻게든 야구 관련 일을 하고 싶은데 여자라고 안 뽑아줄까봐 자기소개서도 튀게 쓰려고 색깔 펜까지 동원했다"며 자신의 열정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이씨는 "여기 모인 동기분들 중에는 직접 야구를 하시는 분들도 많고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너무 많아 걱정이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사랑은 그분들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른 여자분들도 많이 지원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3기 양성과정에는 총 4명의 여성 지원자가 도전했다. 심판학교 측은 "요즘 여자분들의 문의가 많다. 1기 때는 12명이나 지원했는데 오히려 줄어든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야구 그라운드 위에서 굵직하고 힘찬 '스트라이크!'와 부드럽고도 심지있는 '스트라이크!' 소리가 공존할 날도 멀지 않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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