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형이 바라보는 '선수협 내홍' 근본적인 문제는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1.11.12 06: 59

"객관적으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전 한화 포수 이도형(36)은 지난 8일 대전 을지대학교병원에서 왼쪽 팔에 박힌 철심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5월1일 대전 삼성전에서 1루 수비 중 달려오던 조동찬과 충돌, 왼쪽 상완골 골절상을 입은 여파. 이날 경기는 그의 14년 프로생활 마지막 경기가 됐다. 부상 후 골절 접합 수술을 받은 그는 1년 반이 지나서야 뼈를 고정시키는 철심을 뺐다.
이도형은 최근 난관에 봉착한 프로야구선수협의회를 바라보며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FA 신청을 했지만 어느 구단과도 계약을 맺지 못한 채 현역 은퇴를 결정해야 했다. 은퇴 이후 선수들의 발목을 잡은 프로야구 FA 제도 161조에 대한 소송이 일부 승소하는 등 선수들의 권익을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은퇴 이후 야구 관련 사업을 벌이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곪을 대로 곪은 선수협 문제에 대해 쓴소리를 뱉었다. 이도형은 11일 "고참 선수들이 구단 눈치만 보고 있다. 선수협에 관심도 없던 선수들이 이제서야 선수협을 위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진정성을 갖고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보인다. 선수협에 대한 고참 선수들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도형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간 선수협 한화 구단 대표를 지냈다. 선수협에 대한 선수들의 무관심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2009년말 선수 노조 전환을 시도할 때 각 구단 고참 선수들이 눈치만 보며 흐지부지된 일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는 "나는 은퇴한 입장이고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았다. 그래서 바깥에서 객관적으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아닌 건 아닌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선수들이 왜 구단 눈치를 보는지 아는가. 결국 프로야구판 시장이 좁기 때문이다. 물론 코치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지만 결국 구단에서 시켜주는 것이다. 올 시즌 감독들이 얼마나 많이 교체됐나. 그만큼 구단에서 야구인들을 우습게 본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개탄했다. 선수들이 선수협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것도 결국 은퇴 후 자리가 한정된 코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구단에 잘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도형은 "나도 은퇴한 후 많이 느꼈지만 유니폼을 벗으면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게 얼마 없다. 대다수 선수들이 코치를 원하고 이를 위해서는 구단에 잘 보여야 한다"며 "그렇다고 코치 대우가 좋은 것도 아니다. 코치는 야구를 통해 능력을 인정받은 자들만이 오를 수 있는 자리다. 그런데 연봉은 적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신분이다. 이게 바로 한국 야구의 현실이다. 선수협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이도형은 얼마 전 몇몇 구단으로부터 배터리코치 제의를 받았지만 정중하게 사양했다. 그는 "코치에 대한 욕심은 없다. 이미 사회인 야구, 야구 장비 등 야구와 관련된 회사를 만들었다. 앞으로 야구와 관련된 일이라면 뭐든지 해볼 것이다. 회사를 키워 은퇴 선수들을 위한 일 자리를 창출하고 싶다"며 "모든 야구인들이 현장만 고집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보다 더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그 선수들은 행정적으로 더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선수들이 인식을 바꾸고, 조금 더 크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현장 감독, 코치 외에도 야구 발전을 위한 길은 많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선수협 문제는 작금의 비리 혐의와 선수들의 무관심이 전부가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프로야구 시장의 척박한 환경, 야구인에 대한 형편없는 대우가 만든 총체적 문제다. 이도형은 "프로 선수로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이는 1%도 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라면 선수협도 의미가 없다. 고참 선수들이 자기 그릇만 챙기지 말고, 조금 더 크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도형은 "현장으로 돌아가고픈 욕심이 없기 때문에 자신있게 이런 문제에 대해 말할 수 있다"며 "내가 지금 누구의 편을 들겠다는 것이 아니다. 당장은 바뀌지 않더라도 고참 선수들부터 어린 선수들까지 현재 놓여진 상황을 잘 파악하고, 조금씩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 은퇴 이후의 삶도 늘 준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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