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최대어 이대호(29)의 일본프로야구 오릭스행이 유력해졌다. 여러 정황들이 이대호의 오릭스행을 가르키고 있다는 점에서 롯데가 과연 어떤 카드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궁금해지고 있다.
11일자 일본 는 오카다 아키노부 오릭스 감독이 이대호의 영입을 위해 오는 20일 직접 한국을 방문할 계획까지 세워놓았다고 보도했다. 원소속 구단인 한국 롯데와 교섭이 잘풀리지 않을 경우 여타 구단과 계약체결 교섭이 시작되는 시점이 20일이라며 이유까지 첨부해 신빙성을 높였다. 실제로 오카다 감독은 "전력을 다해 잡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부터"라고 언급, 이대호가 내년 시즌 오릭스 전력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것이 아니라도 이대호가 오릭스로 갈 가능성이 높은 정황이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이승엽이 오릭스에서 퇴단했지만 통역 정창용 씨는 잔류했다. 일본프로야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오릭스가 이대호의 영입에 대비해 정 씨와 2년 계약을 한 것으로 안다"면서 "이승엽 역시 개인적으로 '이대호가 오면 잘 해주라'고 정 씨에게 부탁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본 언론에서 언급한 '2년'의 계약기간과 일치하고 있다. 이는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

특히 부산고-동국대를 나온 좌완 투수 출신 정 씨는 경남고를 나온 이대호 4년 선배로 고향도 부산으로 같다. 무엇보다 이승엽과 줄곧 함께 해 온 만큼 퍼시픽리그는 물론 센트럴리그 등 일본프로야구 전반의 정보를 훤히 꿰고 있다. 이승엽이 6년 동안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 정 씨의 도움은 이대호가 일본야구에 적응하는데도 상당한 힘이 될 전망이다. 이대호와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 때부터 본격적인 친분을 쌓았다. 또 이승엽의 일본 진출을 도왔던 미토 시게유키 변호사를 에이전트로 선임했다.
오릭스가 이대호에게 관심을 보인지는 오래 됐다. 몇 년 전부터 일본 언론을 통해 지속적인 애정 공세를 펼쳤다. 지난 1월 스프링캠프 때 만난 나카무라 편성팀 과장은 "이대호를 잡고 싶은데 돈이 없다"고 농담, 이대호의 연봉 조정 신청에도 상당한 관심을 표시했다. 이는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신분조회를 요청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오릭스 코칭스태프에는 친한파들이 수두룩하다. 다카시로 노부히로 타격 코치는 2010시즌 한화에서 종합코치, 쇼다 고조 타격 코치 역시 2009시즌 SK에 몸담았다. 박찬호에게 "놀러왔냐"며 일침을 가했던 후쿠마 오사무 투수 코치는 아내가 한국 드라마에 푹 빠진 한류팬이다.
물론 이승엽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계약을 1년 남긴 채 퇴단한 이승엽이 "오릭스에 감사한다"고 말하며 한국선수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놓은 것도 있다. 여기에 최근 부산고 출신의 백차승이 테스트에 합격, 팀에 전격 합류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대호에게는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힘은 오카다 감독의 믿음이다. 오카다 감독은 이미 시즌 종료 후 구단주 보고 자리에서 "우타자고 크다"면서 영입을 직접 요청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오카다 감독이 사실상 내년 4번 타자 자리를 비워뒀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승엽은 귀국 인터뷰에서 "오카다 감독이 이대호가 가도 잘해줄 것"이라고 알듯 모를 듯한 덕담을 했다. 여기에 이대호가 입단하면 내년에도 오릭스 경기가 한국에 중계될 가능성이 높아 팬들에게 꾸준히 노출될 수 있는 이점까지 가지고 있다.
이런 여러 정황은 이대호의 오릭스행을 가리키고 있는 듯하다. 과연 반전이 일어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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