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신명철(33)은 "트레이드가 내 운명을 바꿔 놓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럴만도 했다. 만년 유망주에 머물렀던 그가 이적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었으니 말이다. 방콕 아시안게임 대표팀 출신 신명철은 2001년 프로 데뷔 직후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대형 내야수로서 프로 무대를 평정할 것이라는 구단과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초라한 성적으로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내지 못했다.
2006년 11월 21일. 그의 운명을 바꿔 놓은 날이었다. 신명철은 삼성 좌완 기대주 강영식과 유니폼을 맞바꿔 입었다. 이적 첫해 주전 2루수로서 전 경기를 소화하며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2008년 1할대 빈타에 허덕였던 신명철은 이듬해 데뷔 첫 20홈런-20도루를 달성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대기만성'이라는 표현이 딱이었다.
지난 시즌에도 타율 2할8푼(397타수 111안타) 9홈런 57타점 56득점 20도루로 건재를 과시했으나 올 시즌 타율 2할8리(331타수 69안타)로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2009년 반짝 활약이었을 뿐"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컸다. 평소 허허실실하는 신명철은 "가을에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한국시리즈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며 "원래 승부처에 강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가 정규 시즌에서 보여줬던 모습만 놓고 본다면 기대치는 낮았던게 사실. 신명철은 한국시리즈에서 천금같은 적시타를 터트리며 5년 만의 정상 탈환에 공헌했다. 그는 SK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서 선제 결승 2타점 2루타를 때린 뒤 4차전에서는 쐐기 투런포를 가동했다. 그토록 바라던 우승의 한을 풀었다.
데뷔 첫 FA 자격을 얻은 신명철은 "선수로서 자존심을 되찾고 생애 첫 우승 반지를 안겨준 삼성에서 은퇴하는게 꿈"이라고 말한다. 전임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주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신명철은 "후배들을 이끌며 삼성의 장기 집권에 기여하고 싶다"고 잔류를 바랐다.
구단 측도 외부 FA 선수 영입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으나 진갑용, 강봉규, 신명철 등 FA 자격을 얻은 소속 구단 선수와는 계약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운 만큼 잔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듯. 2008년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6경기에서 타율 3할9푼1리(23타수 9안타) 4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른 뒤 이듬해 최고의 순간을 보냈던 그가 이번에도 저력을 발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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