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기쁨과 아쉬움이 공존했던 한해였다. 삼성 라이온즈 거포 기대주 모상기(24)는 외국인 타자 라이언 가코의 부진을 틈타 1군 승격을 기회를 얻었다. 타율은 1할8푼9리(74타수 14안타)에 불과했으나 4개의 아치를 쏘아 올렸다. 그는 승부처마다 대포를 가동하며 코칭스태프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물론 아직 채워야 할 부분이 더 많지만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었다.
12일 오전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모상기는 올 시즌을 되돌아 보며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아쉬움이 더 많은 한해였다. 1군에 갓 올라 갔을땐 반짝 했는데 타 구단에 장단점이 노출된 뒤 방망이가 안 맞기 시작했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조심스레 어깨 통증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구차한 변명은 아닌 듯 했다.
"7월부터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았다. 직구가 들어와도 통증 탓에 반 박자 늦게 반응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볼 카운트 싸움에서 불리해질 수 밖에 없고 자신감까지 잃게 됐다". 모상기는 "하늘이 주신 기회를 살리고 싶었다. 이런 기회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아 아프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그는 "내년에는 독하게 정신 무장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9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 장효조 2군 감독과의 이별은 그에게 큰 아픔이었다. "정말 오랫동안 계셨다면 좋았을텐데. 감독님이 안 계셔서 너무 안타깝다". 모상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정말 혼도 많이 났다. 야구 뿐만 아니라 여러 부분에서 많이 배웠다". 그는 "감독님께서 하늘에서 환히 웃고 계실 듯 하다. 언제나 나를 지켜주실 것"이라고 믿었다.

'국민타자' 이승엽(35)은 8년간의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영구 귀국을 선언했다. 이승엽은 친정팀 삼성 유니폼을 입을 예정. 모상기는 위기보다 기회로 여겼다. "이승엽 선배님이 오시더라도 1군에 있든 2군에 있든 최선을 다하겠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타자인 이승엽 선배님께 많이 배우고 싶다. 나이차가 많아 쉽지 않겠지만 귀찮을 만큼 여쭤보고 싶은게 솔직한 마음이다".
모상기는 7월 13일 목동 넥센전이 우천으로 노게임이 선언되자 양준혁의 타격 자세를 똑같이 흉내내는 퍼포먼스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는 당시 기억을 떠올린 뒤 "이제는 개그 이미지보다 야구로 이름을 알려야 한다. 물론 나를 알릴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지만 매번 그럴 순 없지 않냐"며 "야구 선수로서 내년에는 진지하게 야구에만 몰두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모상기 그러면 '한 방'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고 독기를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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