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사직구장. '영원한 맞수' 경남고와 부산고의 라이벌 빅매치가 열렸다. 이번 대회는 고교야구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뜻깊은 행사. 라이벌전에는 현역 프로야구 선수들뿐 아니라 현역 선수 못지않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은퇴 선수들도 참가했다. 대회 주관사인 현대자동차는 입장권 추첨을 통해 승용차를 제공하고 두 학교에 장학금 7000만원씩 전달하기도 했다.
경남고를 대표하는 강타자였던 김용희 SK 와이번스 2군 감독은 "7월 군산상고와의 친선 경기 이후 4개월 만에 유니폼을 입게 됐다. 모교 유니폼의 디자인이 변함없이 이어져 참 좋다"고 선한 미소를 짓기도. 경남고 출신 양대 거포 이대호와 한솥밥을 먹게 된 것을 두고 "지금껏 사제간에 같은 유니폼을 입은 적은 있었어도 함께 뛰는 건 처음"이라며 "동문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향수를 느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산고 출신 양상문 MBC 해설위원은 "오랜만에 모교 유니폼을 입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밝힌 뒤 "1학년 때 경남고와의 지역 예선전서 경남고 3학년이었던 (최)동원이형과 맞붙었는데 당시 동원이형은 퍼펙트 피칭을 하고 있었고 나는 노히트 노런으로 막고 있었다. 결국 우리가 안타를 때려 동원이형의 퍼펙트 피칭이 무산됐지만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전 세계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옛 추억을 떠올렸다.


모교의 자존심이 걸린 한판 승부이기에 결코 물러날 수 없었다. 경남고 4번 타자로 나선 이대호(전 롯데)는 "우리 학교는 우승도 많이 한 명문고답게 이길 것"이라고 승리를 확신했다. 고교 시절 경남고와의 상대 전적에서 2승 2패 2무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접한 부산고 출신 추신수(클리블랜드 외야수)는 "그럼 한판 더 붙어야 겠다. 스포츠에서는 무승부가 없다"고 투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시구는 '피겨여왕' 김연아가 맡았다. 이날 선발 투수로 내정된 송승준(경남고)과 장원준(부산고)은 김연아의 시구 지도에 나서겠다고 경쟁을 벌였다는 후문. 또한 사직구장 체력단련실에서 훈련 중이던 롯데 선수들도 김연아의 시구를 지켜보기 위해 그라운드로 전력 질주했다. 최고참급에 속하는 모 선수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김연아 앓이에 동참했다.

친선 경기답게 독특한 장면도 연출됐다. 고교 시절 투타 모두 걸출한 기량을 과시했던 이대호는 5회 마운드에 올랐다. 이대호의 투구를 지켜 보던 양승호 롯데 감독은 "이대호를 FA 투수로 영입해야 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경남고 출신 '아기 갈매기' 신본기는 3회 투런 아치를 쏘아 올리는 등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부산고 3번 타자로 나선 손아섭도 손맛을 만끽했다.
이날 경기는 부산고의 10-9 승리. 모교의 자존심을 걸고 싸웠지만 결과보다 화합의 기회를 마련했다는게 의미 깊었다. 양교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인사를 나누고 단체 사진 촬영으로 라이벌 빅매치의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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