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는 ‘팬야구’인가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1.11.14 08: 30

인터넷 강국인 탓일까.
사상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시즌 중에도 한바탕 구단과 대립했던 LG 트윈스 팬들이 집단적으로 또 한 번 구단을 압박했다. 일부 열성팬들이 지난 13일 서울 한강시민공원에서 ‘팬페스트벌’을 열고 구단 프런트에 소통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은퇴식 없이 현역에서 물러났던 김용수 중앙대 감독에게는 은퇴식을 열어주는 등 구단과는 따로 놀았다. 구단과 구단주에게 팬들과 소통하라는 메시지 전달식도 가지는 등 LG 구단을 곤혹스럽게 했다.
물론 LG 팬들이 이런 행동을 하기 까지에는 구단에서 적극적으로 팬들에게 구단과 선수단의 문제들을 소명하지 않는 탓도 크다. 하지만 팬들도 구단에서 속시원하게 밝힐 수 없는 부분들까지 있음을 감안하면 이런 행동은 LG 트윈스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올 시즌 한국 야구팬들은 유난히 구단과 마찰을 빚었다. 한국프로야구 6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의 한 시즌을 보내는 동안 일부 팬들과 구단들간의 부딪힘이라는 그림자도 뒤따랐다. 앞서 언급한 LG 팬들 뿐만아니라 SK 와이번스도 올 시즌 김성근 감독의 중도 퇴진 후 팬들의 거센 반발에 곤욕을 치렀다. 화를 참지 못한 팬들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유니폼 화형식을 가진 것을 비롯해 경기 중에도 구단 프런트를 비난하는 플래카드 등으로 자신들의 화난 심정을 표출했다.
팬들의 이런 성난 행동은 수년전부터 한국야구에서 계속되고 있다. 수년전에는 KIA 타이거즈에서 일부 팬들이 구단 수장인 단장 퇴진을 요구하는 등 팬들의 구단 압박을 가했다. 이처럼 팬들의 적극적인 행동이 구단 발전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지만 어떤 때에는 너무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현상을 두고 한국프로야구는 ‘팬야구’라고 일컫는다.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단장야구’라고 하고 일본은 ‘감독야구’로 불리운다. 미국은 프런트의 수장인 전권을 쥐고 선수단을 장악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단장야구’라고 한다. 감독의 임명과 해고를 비롯해 선수단 구성 등 모든 부분을 단장이 전적으로 책임진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스타일이 혼합된 가운데 운영된다고 볼 수 있다. 감독과 프런트 수장간에 미묘한 견제와 협력이 공존한다.
이에 반해 일본은 구단 단장이나 사장보다도 감독의 힘이 크다. 구단 행정 운영은 프런트 수장인 사장, 단장이 하지만 선수단에 관한 일들은 감독이 대부분의 권한을 행사한다. 코치진 구성, 선수 선발 및 기용 등에 관해 감독의 힘이 막강하다. 구단주 외에는 감독을 컨트롤하기 힘든 구조라고 해서 ‘감독야구’로 통한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선수보다도 감독이 더 스타로 대접받는 경우가 흔하다.
일본야구에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야구에서는 구단 프런트와 감독간의 힘겨루기가 종종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구단의 힘이 더 큰 한국야구에서는 번번히 감독들이 전쟁에서 고배를 마시곤 한다. 김성근 감독이 2002년 LG 트윈스, 그리고 올 시즌 SK 와이번스에서 구단과 힘겨루기를 펼치다가 물러난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미일의 색다른 야구단 운영 스타일에서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는 평가할 수 없다. 또 콕집어서 ‘팬야구’, ‘단장야구’, ‘감독야구’라고 통칭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각기 다른 색깔을 내며 야구를 흥미롭게 만들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한국야구에서 팬들의 힘이 과연 어디까지 미칠지 궁금하다. 인터넷의 발달로 뜻을 같이하는 팬들의 집단행동이 어느 때보다도 활발한 한국야구계이다. 팬들과의 소통, 과연 어느 것이 정답일까.
/청능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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