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의 변죽딴죽] “주어진 시간에 누가 숙제를 더 잘했느냐의 차이일뿐이니 탈락했다는 이유로 상처받지 마세요”그는 안경을 살짝 젖히고 눈물을 훔쳤다.
그렇게 짧은 한문장을 말하면서 목소리가 갈라질줄은, 그렇게 떨릴줄은, 급기야 눈물마저 짓게 될 줄은 그 스스로도 몰랐다.
아마도 공허했기 때문이리라 생각해본다.

상처받지 말라고 말한들 이미 상처받은 가슴들임을 스스로도 알고있지 않은가. 근데도 난 이 소리밖에 할 수 없는가? 그들의 열정이 어떤 줄 알면서, 그 열정에 휩싸여 그들이 보낸 2박3일을 같이 지켜보고서도 이렇게 상투적인 말밖에 할 수 없다니...
20년전쯤에, 혹은 30년전쯤의 나를 작별하면서 말이다.
말의 경박함, 표현의 빈약함이 새삼 가슴에 사무친다.
한숨과 함께 그는, 이선희는 다시 안경을 곧추 썼다.
어쨌든 자신은 판관인 것이다.
MBC의 오디션프로그램 가 지난 11일 파이널라운드 진출 34팀을 뽑았다.
마지막조의 심사평을 마치며 멘토 이선희가 눈물을 지었다.
시종 미소를 잃지않던 맏언니였기에 그 눈물은 급작스러웠고 그만큼 당황스러웠다.
뒤미처 엉덩이를 들썩이며 ‘어우 나도 눈물나려는데...’ 너스레를 떤 사람은 윤일상이다.
역시 급작스럽고 당황스럽다.
항상 상체를 비스듬히 틀고 앉아 턱을 살짝 쳐들고 15도쯤 곁눈질로 내리보며 도전자들의 노래를 듣던 윤일상이다.
눈물이 나려 했단다.
“정말 기대가 컸어요. 첫소절 부르기전까지...” 식으로 혀에 면도칼이라도 단듯 폐부를 헤집는 독설을 마다않던 그가 말이다.
지난 2009년 케이블 TV Mnet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한 서바이벌 오디션프로그램 를 성공적으로 치른후 오디션프로그램이 난립하고 있다. 장르를 확장해 이종격투기오디션()까지도 성황인 현실이다.
식상한 스타가 아닌 참신한 일반인이 주인공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보다 열정과 노력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모범을 보여준다. 중독성 강한 비트와 후렴구, 섹스어필한 율동, 귀를 쟁쟁이는 전자음으로 대변되는 기획가수들 보다 날것 그대로의 가창력을 접할수있다. 등등... 오디션프로그램이 성황인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거기에 이유 하나를 덧붙이자면 ‘소통’ 아닐까 싶다.
멘토와 멘티들의 소통, 시청자와 멘티, 시청자와 멘토의 소통.
가수지망생이 언제 이선희 윤상 이승환같은 가수나 윤일상같은 작곡가랑 말을 섞겠는가?
“야 다 잘부르네!”정도면 그만인 일반인들이 누가 박자를 놓쳤고 어디서 음이 떨어졌고 언제 가사에 감정을 실을 땐지 알겠는가?
그리고 그들. 멘토들.
내 경우 20년 넘도록 노래로만 듣던 이선희 이승환 윤상, 통해서야 알게된 박정현, 알고나서야 “이 노래도 만들었어?” 싶은 윤일상.
노래외에는 소통할 아무 건덕지없던 그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참으로 쏠쏠하다.
작은 체구라서 폭발적인 카리스마가 더 돋보였던 이선희는 이제는 돌아와 거울앞에선 누님같이 푸근하고 검은 뿔테안경처럼 각잡혀보이는 윤상은 뜻밖에 헤실헤실 웃음을 놓치지않는다.
나이는 어디로 먹는지 동안만큼이나 순진무구한 정신세계의 이승환은 “아, 그래서 별명이 어린 왕자구나!” 싶고 박정현은 노래도 잘부르면서 똑똑하기까지한 줄 알겠다. 근거없이 오만해보였던 윤일상에게서 여린 구석을 발견할때마다 “사실은 귀여운 얼굴였군” 싶기도 하고...
사람이 사람을 알아가는 일은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특히 그들의 선량함을 깨닫게 되고 그에 공감해가는 일은 얼마나 유쾌한가.
내가 을 즐겨보는 큰 이유다.
의 멘토여러분... 여러분이 부르고 만든 노래만큼이나 다들 참 이쁘십니다 그려.
[극작가, 칼럼니스트]osensta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