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선수들과 물리적 거리부터 줄여야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11.15 08: 41

14일 오후 2시, 8개 구단 대표자들은 성남시 분당구 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 사무실에서 사무총장 A씨의 비리 의혹과 이를 견제하지 못한 손민한 선수협회장의 거취를 논의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오후 1시, 선수 대표들은 점심식사를 하며 현 지도부의 일괄사퇴를 결의했습니다. 하지만 오후 7시 30분까지 이어진 긴급 이사회 결과 12월 정기총회에서 사무총장과 회장을 선출하기로 결론지었습니다.
선수협 A사무총장은 지난 4월 선수 초상권과 관련, 2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기소돼 재판 계류중입니다. 6개월째 재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A사무총장은 사퇴를 거부했고, 결국 선수대표단은 지난 10일 대전에서 긴급 모임을 가진 뒤 지도부의 책임을 묻기 위해 이날 다시 모였습니다. 현재 A사무총장은 횡령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하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시비를 가리기 전에, 선수협 사무실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다는 사실은 분명 아쉬운 대목입니다. 선수협 정관의 1장 3조에 따르면 '(사무소의 소재지) 이 법인의 사무소는 서울특별시에 둔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현 지도부가 선수협을 맡은 2008년 이후인 2009년 12월 선수협 정관이 최종 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협 사무실을 경기도로 옮겼습니다.

사실 선수협 사무실이 반드시 서울에 있어야 할 까닭은 없습니다. 다만 선수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접근성이 편리한 곳에 위치할 필요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날 총회에 참석한 선수들마저 "이 곳에 있는지 처음 알았다"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선수협은 선수와 맞닿아있지 못했습니다. 선수협 초대 멤버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김광현은 "알다시피 분당은 야구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곳이다. 가장 밑바닥에 있는 선수들의 소리를 듣기 위해 만들어진 게 선수협이면 그런 선수들이 찾기 쉬운곳에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습니다.
또한 현재 선수협이 자리한 분당 타임브릿지는 주거용 오피스텔입니다. 지난 2006년 입주가 시작된 이곳은 지난해 국세청 오피스텔 기준시가 고시에서 ㎡당 452만2000원으로 전국 1위를 차지했습니다. 주로 삼성 최고위 임원들에게만 특별 분양을 했기에 '분당 타워팰리스'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타임브릿지는 주거용 고급 오피스텔이기에 주거민이 아니면 출입 자체가 자유롭지 못합니다. 선수협 사무실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보안 키카드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항상 선수들이 오가야하는 선수협 사무실의 입지로는 부적절하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비싼 시세로 인해 '호화판'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주변 공인중개사에 문의하니 "사무실 용도로는 임대를 할 수 없는걸로 안다. (선수협이 있는)7층은 261.1㎡(79평)이며 전세보증금은 5억5천, 월세는 월 350만원이다. 또한 관리비는 평당 2만원"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즉 고정적으로 월세로만 500만원 가량의 지출이 발생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현재 선수협의 가장 큰 위기는 당장 눈앞에 닥친 사무총장의 사법처리 여부가 아니라 선수들의 무관심일지 모릅니다. 선수들은 매년 연봉의 1%를 선수협에 내고 있지만,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 지 잘 모르겠다며 불신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선수협이 선수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거리감을 줄여야 합니다. 만약 문제가 있었다면 과오를 인정하고 혁신 의지를 보이는 것이 선수들과의 심리적 거리를 줄이는 것이라면, 일단 선수들이 항상 찾기 쉬운 위치로 옮기는 것이 물리적 거리를 줄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선수가 선수협을 다녀간 뒤 "마치 아방궁과 같다"라고 표현한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신천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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