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프로야구, "투수 기쁨 표현 자제하길", 왜?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1.11.15 09: 40

"타자를 무시하는 몸짓이나 기쁜 표시를 자제해달라".
일본 프로야구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와무라상 선정위원회는 14일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23)를 수상자로 선출했다.
다나카 마사히로는 올 시즌 19승5패 평균자책점 1.27을 기록하며 최고의 한해를 보낸 것을 인정받아 선정위원 5명 중 3명의 추천으로 최대 경쟁자였던 다르빗슈 유(25, 니혼햄 파이터스)를 제치고 사와무라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러나 도바시 마사유키 선정위원장은 축제와 같은 수상 발표 자리에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엄숙한 멘트를 남겼다. 그는 다나카, 다르빗슈 두 투수에게 "타자를 아웃시켰을 때 타자를 무시하는 몸짓이나 기쁜 표현을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투수는 보통 중요한 순간 타자를 삼진 등으로 돌려세웠을 때 주먹을 불끈 쥐거나 두손을 들어 기쁨을 표현한다. 보통 프로야구에서는 타자들의 홈런 세리머니를 자제하는 경우는 많지만 투수에게 세리머니 자제를 요청하는 경우는 드물다.
타자의 경우 예민한 투수의 신경을 자극할 수 있지만 투수는 한 타자를 잡으면 다른 타자가 올라오거니와 한 타자의 밸런스가 무너진다고 해서 경기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투수들의 감정 표현을 자제시킨 것일까.
올 시즌 일본은 극심한 투고타저에 시달렸다. 양 리그 12개 구단 중 팀 평균자책점이 4점대를 기록한 팀이 한 곳도 없었다. 팀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한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2.32를 기록, 우리나라 팀 평균자책점 1위인 삼성 라이온즈(3.35)에 비해서도 철옹성 같은 마운드를 자랑했다.
반면 타율은 매우 저조했다. 우리나라 팀 타율 1위 롯데 자이언츠가 올 시즌 2할8푼8리의 타율을 기록한 반면 일본 양 리그 팀 타율 1위의 소프트뱅크는 2할6푼7리에 그쳤다. 우리나라 팀 타율 4위 LG 트윈스(.266)와 비슷한 기록. 물론 양국 리그 성적을 단순 수치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낮은 성적임에는 분명하다.
15승, 150탈삼진, 완투 10번, 평균자책점 2.50 이하, 200이닝, 25경기 등판, 승률 60 % 이상을 채워야 수상 자격을 얻는 까다로운 사와무라상 자격을 두 명이나 만족시킨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흔치않은 일에 선정위원회는 공동 수상을 고려하기도 했었다.
새로 바뀐 공인구의 저탄성으로 인해 타자들의 전체적인 성적이 낮아진 것도 있지만 드높은 마운드를 바라보는 일본 타자들의 심정은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일본 야구계는 이런 타자들의 사기 저하를 막기 위해 투수들의 감정 표현을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도바시 위원장은 "투수들의 세리머니는 타자들을 바보 만드는 짓"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올 시즌 투수와 타자들의 제스처로 인해 많은 시비가 있었다. KIA의 외국인 투수 트레비스 브렉클리가 타자들과 홈런 세리머니 후 마찰을 빚었고 LG 박현준의 송진 불기도 많은 말을 낳았다. 우리나라도 투고타저화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언젠가 투수들의 세리머니를 저지할 날이 올지 지켜봐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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