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보이' 이대호(29, 전 롯데)는 부산이 낳은 최고의 스타. 속된 말로 부산에서 이대호를 모르면 간첩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대호로 인해 열광한다. '롯데가 패하더라도 이대호가 홈런을 치면 된다'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을 만큼. 부산 시내 곳곳에서는 이대호의 얼굴이 담긴 광고판을 쉽게 볼 수 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은 '우리 대호'라고 부른다. 그리고 어린이들은 '대호 삼촌'이라고 칭한다. 마치 가족을 부르는 듯 하다. 그야말로 이대호가 대세다.
롯데 자이언츠에 정통한 최효석 부산 MBC 해설위원은 "간단히 말하자면 롯데의 상징"이라고 표현했다. 최 위원은 "롯데하면 이대호 아니냐. 어느 팀이든 인기 선수가 있지만 이대호의 경우에는 그러한 평가 대상이 아니라 절대적인 존재라고 볼 수 있다. 이대호는 팬들의 자부심"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 위원은 "예전에도 스타 선수가 많았지만 부산에서 최동원 감독의 인기를 뛰어 넘는 선수는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훗날 최동원 감독 이상의 존재가 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경남고를 졸업한 뒤 2001년부터 줄곧 롯데에서 뛰었던 이대호는 데뷔 첫 FA 자격을 얻었다.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각종 국제 대회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던 이대호가 국내 무대에 잔류한다면 역대 최고 FA 대우(4년간 총액 60억원)를 경신할 전망. 이대호는 "구단이 내 가치를 인정해준다면 롯데에 잔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봉 재계약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이대호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 국내 잔류와 일본 무대 진출 모두 이대호의 선택에 달려 있다.

구단 측은 이대호에게 역대 최고 대우를 제시해 반드시 붙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배재후 롯데 단장은 "이대호는 역대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FA 선수 아니냐. 최고 대우를 통해 이대호의 자존심을 세워 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단의 제시 조건은 이대호를 만족시키기 쉽지만은 않을 듯 하다. 구단은 이대호의 몸값을 책정하며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았다. 구단 측은 올 시즌 이대호와의 연봉 협상 때 2003년 이승엽(당시 삼성)이 받았던 연봉과 같은 6억 3000만원을 제시했다. 이번에도 심정수가 받았던 금액을 기준 잣대로 삼았다.
박찬호와 이승엽이 뛰었던 오릭스 버팔로스가 이대호를 잡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롯데는 "이대호에 끌려가지 않겠다. 제시 조건은 변함없다"고 못박았다. 물론 구단 입장에서야 특정 선수에 끌려 가는 인상을 줘선 안되겠지만 상대가 이대호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단순히 수치상 성적 뿐만 아니라 이대호의 마케팅적 가치까지 감안해야 한다는게 공통된 의견. 한 야구인은 이대호가 연봉 조정 신청에서 패한 뒤 "이대호는 더 큰 무언가를 얻게 됐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이대호가 롯데를 떠나더라도 그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롯데는 그동안 '돈안쓰는 구단'의 이미지가 강했다. 이대호를 잡지 못한다면 '그럴 줄 알았다'는 비난 여론이 조성될게 불보듯 뻔하다. "20년간 우승하지 못하면 프로 구단의 존재 이유가 없다"는 장병수 롯데 자이언츠 대표이사의 발언처럼 우승을 위해서라도 이대호의 잔류는 필수 조건. 그리고 프로 구단은 수익 창출보다 그룹 홍보의 성향이 강한 만큼 롯데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라도 이대호를 잡아야 한다.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속담처럼 이대호에게 보다 진심을 보여준다면 그의 마음을 돌려 놓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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