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간의 자유계약선수(FA) 우선협상기간이 정확히 절반 지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9일 FA 자격선수 28명 가운데 권리행사를 신청한 17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2012년 FA 신청선수는 전 소속구단 기준으로 삼성 진갑용, 신명철, 강봉규, SK 이승호(20), 이승호(37), 정대현, 롯데 임경완, 이대호, 조성환, 두산 김동주, 정재훈, 임재철, LG조인성, 송신영, 이상열, 이택근, 한화 신경현이다. 이들이 원 소속구단과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우선협상기간은 10일부터 19일까지 열흘이다.
FA를 선언한 17명의 선수 가운데 우선협상기간의 절반인 14일까지 원 소속구단과 계약을 체결한 선수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선수들은 이제 구단과의 첫 번째 만남을 갖기 시작했다. 올해 FA 최대어로 꼽히는 이대호는 15일 처음으로 롯데와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구단 잔류를 선언한 선수들은 본인의 가치를 평가받기 위해 1차 협상에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아직 구단과 만남을 갖지 않은 선수들 역시 일생에 다시 오기 힘든 기회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기 위해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올 시즌 최대 연봉 잿팟을 터트릴 선수는 누가 될 것인가.

의심할 여지 없이 이대호가 롯데에 잔류한다면 올해 'FA 킹'은 물론, 역대 FA 최대금액을 경신할 것이 확실시된다. 일찌감치 롯데 구단은 이대호에 대해 "2004년 삼성으로 이적한 심정수가 받았던 4년 60억원보다 더 나은 대우를 해 주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대호의 일본 진출 여부다.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는 꾸준히 이대호에 관심을 보여왔다. 이미 일본 언론에서는 오릭스가 이대호에 2년 5억엔(약 73억원)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한 우선협상기간이 끝난 20일 오릭스 오카다 감독이 이대호와의 협상을 위해 직접 한국을 찾는다는 현지 언론 보도까지 있었다.
롯데는 15일 이대호와의 첫 만남에서 "상식적인 선에서 구단이 줄 수 있는 최대금액을 바로 제시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롯데가 이대호에 제시할 금액은 '4년 70~75억원'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대호를 마음을 붙잡기 위해서는 80억원은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얼마가 되었든 이대호가 잔류한다면 국내 기록 경신이다.
그 외에도 올해 FA시장은 풍성하다. 이대호를 제외하고 야수 최대어로 손꼽히는 이택근은 "왠만하면 원 소속구단 LG에 남아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 싶다"고 밝혔지만 14일 LG와의 1차 협상에서 온도차를 보이며 틀어진 상황이다. 이택근은 이미 시장으로 나올 것을 천명했고, LG로 돌아가지 않고 타구단과 협상을 맺을 가능성이 있다. 이택근에 관심을 보이는 구단은 외야수 보강이 절실한 한화와 KIA. 그리고 이대호가 일본으로 나갈 경우 롯데 등 3개 팀이 영입 경쟁을 벌인다면 이택근의 몸값은 3년 35억원 이상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 FA는 불펜 투수 풍년이다. 팀을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들이 대거 시장으로 쏟아진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정대현이다. 소속구단 SK는 정대현을 붙잡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선수 본인은 해외 에이전트를 선임하는 등 일단 시장으로 나갈 준비를 마쳤다. 이미 메이저리그 구단에서도 정대현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것으로 알려진 상황. 여기에 삼성과 넥센을 제외하고 마무리투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에 비춰 볼 때 정대현의 가치는 더욱 치솟는다. 역대 투수 FA 최대금액은 2007년 LG로 이적한 박명환이 기록한 4년 40억이다. 정대현이 국내 잔류를 선택할 시 4년 30억원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두산 정재훈과 SK 이승호(20)도 알짜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두 선수 모두 가급적 원 소속구단과 협상을 맺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일단 시장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불펜이 약점으로 손꼽히는 지방의 두 구단은 정재훈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이승호 역시 해외 진출과 잔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시장으로 나올 시 최소 2개 구단에서 영입할 뜻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협상기간은 절반이 지났지만, 스토브리그동안 '쩐의 전쟁'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19일 원 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기간이 종료되면 20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20일간 해외 구단을 포함, 전 구단과 계약 협상에 나설 수 있다. 여기서도 선수가 계약을 맺는 데 실패하면 다음달 10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원 소속구단을 포함해 전 구단과 교섭이 가능하다. 이번 겨울 연봉협상의 승리자는 누가 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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