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며 코 앞으로 다가온 연말을 실감케 했다. 그리고 15일 자정, 마치 짜기라도 한 듯 김동률의 크리스마스 앨범 ‘kimdongrYULE’이 발매됐다.
이 음반은 그가 처음 선보이는 크리스마스 앨범으로, 연말 분위기를 듬뿍 담은 김동률의 자작곡 8곡이 담겼다. 그가 실제로 1990년대에 만든 곡들을 담았다는 부연 설명을 굳이 접하지 않아도, 이 음악이 ‘1990년산’이라는 사실은 쉽게 눈치챌 수 있을만큼 옛 분위기가 가득하다.
최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소속사 뮤직팜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그때 바로 발표했다면 흔한 곡이었을테지만, 지금 발표하면 신선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동안 소박한 음악을 했는데, 좀 거한 노래를 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2008년 이후 4년만의 솔로앨범이다. 어떻게 내게 됐나.
아마도 베란다프로젝트 때 소박한 음악을 했으니까 거한 음악을 해보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던 것 같다. 많은 제작비를 투여해야 하는 앨범이니까 더 늦기 전에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웃음)
전체적으로 1990년대 느낌이 난다. 실제로 수록곡 중 가장 오래된 곡은 1998년에 만들어졌고 대체로 200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곡으로 이뤄졌다고 들었다. 타이틀곡 ‘리플레이’도 2000년대 초반에 만든 곡인데, 왜 그때 바로 발표하지 않았나.
그때 냈으면 이런 완성도는 아니었을 거다. 그리고 그때는 이런 음악이 흔하기도 했다.
‘이런 음악’은 요즘 음악과 뭐가 다를까.
시류라는 건 분명히 존재한다.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멜로디의 감성이 다른 것 같다. 또 실제적으로 노력도 했다. 그 당시를 풍미했던 소스를 쓴다던지 하는.
서로가 트렌드를 앞서가려고 하는 요즘, 예전에 만든 음악을 꺼내놓는 게 쉽진 않았을 것 같다.
나는 변신, 변화에 민감하지 않다. 우리 사회가 어느 순간, 그런 것들에 대한 강박을 갖게 됐는데, 나는 그렇게 확확 바뀌는 뮤지션을 좋아하진 않는다.
그건 좀 망설여졌다. ‘리플레이’를 내가 직접 부르는 게 좀 창피하다고 해야 하나. 20대 후반에 쓴 곡이다보니 지금의 내 감성과 좀 달랐다.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면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가 훨씬 더 담담해지니까. 이 곡이 너무 절규하는 곡일까봐 되게 창피했는데 녹음 결과 그렇게까진 오버하지 않은 것으로 나와서 다행이었다.
‘리플레이’의 곡 길이가 5분이 넘는다. 자극적인 음악에 길들여진 요즘 10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모니터는 해봤나.
내가 직접 알아보진 못했다. 나도 그들이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다.
오래된 곡을 지금 내게 된 이유는 뭘까. 어찌 보면 전자음악이 휩쓸고 간 지금, 전략적인 선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건 아니다. 그냥 요즘 이 음악을 들으면 신선하겠다는 생각 정도는 했다.
깐깐한 완벽주의자로 유명한데, 동의하나.
과장된 면이 있지만, 일 할땐 좀 그렇다. 나는 이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데.(웃음) 예를 들면 그런 거다. 회사 입장에서는 내가 공연을 자주 하는 게 좋을텐데 나는 공연을 자주하면 준비하는 시간도 짧아지고 보여줄 것도 없지 않나. 가수들이 공연 자주 하고,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하는 게 당연한 건데, 그게 내 생각에는 당연하지 않은 거다. 뭐든 후회하고 싶지 않아하는 성격이다.

다른 뮤지션들이 대중과 훨씬 더 친근해졌다. 그쪽으로 관심이 있진 않나.
이적은 연기를 잘하던데. 정재형 형은 우리가 10년 전부터 예능을 하라고 해왔다. 본인이 음악적 욕심 때문에 안했던 거지.(웃음)
나는 그런 쪽엔 재능이 없다. 그리고 내 인생에 있어 익명성이 되게 중요하다. 지하철도 타고 있고, 그렇게 신경 써서 살고 싶지도 않다. 그게 그렇게 큰 욕심일까 싶다. TV에 노출이 많이 될 때, 득이 있고 실이 있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그 ‘득’이 별로 안 큰 것 같다. 그냥 지금 상태에 만족한다.
여자팬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왜일까.
생각 안해봤는데.(웃음)
목소리를 특히 좋아하지 않나. 학창시절에 그런 얘기 많이 들으며 자랐을 것 같은데.
남자 중학교, 남자 고등학교를 나와서.(웃음)
최근에는 이효리와 결혼설도 있었다. 첫 스캔들이었는데 어땠나.
자고 일어났더니, 벌써 상황이 종료됐더라.
연락이 많이 갔을텐데, 계속 잤나.
매니저 전화 한 통 와있었다. 사실이 아닌 걸 아니까, 모두들 전화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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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