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조직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승리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한 명의 강력한 장수의 위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날 조광래호는 상대에게 위협적인 돌파를 보인 선수가 제대로 없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5일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5차전 레비논과 경기서 1-2로 패했다.
승점 10점으로 레바논과 동률을 이룬 한국은 골득실서 앞서며 B조 1위를 지켰지만 최종 예선 진출을 확정짓지 못했다. 한국은 레바논에게 처음으로 패하며 상대 전적서 6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이날 한국은 경기 초반 선제골을 내주며 힘겹게 시작했다. 박주영(아스날)의 부재로 인해 이근호(감바 오사카)가 최전방에 나서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이근호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구자철이 성공시켜 1-1이 됐지만 구자철의 안이한 플레이로 페널티킥을 허용, 결국 결승골이 된 실점으로 이어졌다.
한국은 경기 전반을 이끌었다. 레바논을 압박하면서 공격을 펼쳤다. 하지만 골로 연결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지 못했다.
가장 큰 활약을 펼친 선수는 이근호. 소속팀에서도 최전방 공격수를 맡고 있는 그는 개인 돌파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상대 수비진을 괴롭혔다. 밀집된 레바논의 수비를 뚫기에는 이근호의 돌파가 굉장히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이근호를 제외하고는 돌파를 시도하는 선수가 많지 않았다. 잔디에 따른 부담감 때문일까. 상대적으로 레바논의 위험 지역에서 파울을 얻어내지 못했다. 프리킥 기회가 많지 않으니 대표팀의 장점인 세트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
패스 연결을 통해 경기를 풀어가기 위한 노력은 좋았지만 승부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특히 중동 심판의 애매한 판정으로 인해 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후방에서 연결되어야 할 패스는 롱패스 위주로 연결됐고 단순한 플레이로 연결되면서 레바논 수비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기를 선보였다.
이날 한국 선수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돌파를 자제했다. 분명 돌파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패스 연결을 시도했다. 밀집된 상대 수비를 괴롭히기 위해서는 저돌적인 돌파가 필요했지만 부족했다. 이에 따라 레바논의 수비가 늘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면서 오히려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하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개인 능력에서 전혀 레바논의 수비진에 뒤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경기 운영에 한국의 플레이는 템포를 탈 수 없었다.
조광래 감독은 이번 경기서 드러난 문제점을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아시아권에서 집중적인 수비를 펼치는 상대를 공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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