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호가 패배했다. 패스의 질이 형편 없었다. 과연 조광래호가 추구하는 축구가 패스 축구가 맞나 의심이 될 정도였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5일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서 열린 레바논과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5차전서 1-2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승점을 추가하는 데 실패한 대표팀은 레바논과 승점 10점으로 같아졌지만 골득실에서 9골이 앞서 1위를 지켰다. 그러나 최종예선 진출을 결정짓지는 못했다. 대표팀은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경기 결과 혹은 내년 2월에 열릴 쿠웨이트와 6차전 결과에 따라 최종예선 여부가 결정된다.

불과 2달 전 열렸던 1차전 당시만 해도 6-0으로 대승을 거뒀던 레바논이었기 때문에 패배의 충격은 더 크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집중력을 잃은 탓이 크다. 그렇지만 경기 내내 형편없었던 패스의 질이 문제였다.
조광래 감독은 항상 만화 축구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간결하고 정확한 패스를 바탕으로 공격진 전체가 쉴새없이 자리를 바꾸며 상대를 몰아치는 것이 만화 축구였다. 그러나 레바논전에서 그와 같은 만화축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대표팀 '패스의 핵' 기성용(22, 셀틱)의 부재 탓이라고만 보기에는 너무 큰 차이가 났다.
문제는 경기가 열린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의 그라운드 상태였다.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잔디가 고르지 않았다. 울퉁불퉁했고 심하게 파인 곳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맨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선수들이 공을 다루는 데 애를 먹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패스 축구를 하기에는 최악의 환경이었다.
물론 그라운드 상태가 패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수는 없다. 거친 그라운드서 경기를 하는 것은 대표팀뿐만이 아니라 레바논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조광래 감독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힘들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대표팀으로서는 이런 상황에도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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