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26, 감바 오사카)가 대표팀의 부진 속에 나홀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5일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서 열린 레바논과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5차전서 1-2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승점을 추가하는 데 실패한 대표팀은 레바논과 승점 10점으로 같아졌지만 골득실에서 9골이 앞서 1위를 지켰다. 그러나 최종예선 진출을 결정짓지는 못했다. 대표팀은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경기 결과 혹은 내년 2월에 열릴 쿠웨이트와 6차전 결과에 따라 최종예선 여부가 결정 된다.

실망스러운 경기였다. 그라운드 상태와 관중들의 레이저 공격이 영향을 주긴 했지만 변명이 될 순 없다. 무엇보다도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등 선수들의 집중력이 아쉬웠다. 그나마 눈에 들어오는 플레이를 펼친 것은 이근호였다. 비록 골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이근호는 날카로운 슈팅과 돌파로 몇 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가장 인상적인 모습은 전반 18분 헤딩슛 장면이었다. 이근호는 문전에서 공이 날아오자 적극적으로 머리를 밀어 넣었다. 상대 선수 라메즈 디유브의 발이 날아왔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주심은 디유브의 파울을 선언하며 한국에 페널티킥을 부여했고, 키커로 나선 구자철이 골로 연결했다. 이근호의 적극적인 플레이가 골을 만들어낸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근호는 지난 11일 UAE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근호는 후반 막판 투입됐음에도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후반 43분 결승골을 터트리며 대표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부진을 만회하는 시작점이었다. 그리고 레바논전은 부활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근호는 현재 J리그에서 12골을 넣으며 득점랭킹 공동 8위에 올라있다. 팀내에서는 득점 1위다. 브라질 선수 하피냐(11골)보다 많은 득점인 것. J리그 최고의 화력(31경기 72골, 팀 득점 1위)을 갖고 있는 감바에서도 핵심 선수인 것이다.
이근호는 지난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 8경기서 3골을 터트리며 한국을 월드컵 본선으로 이끄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제 이근호는 당시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재현할 준비를 마쳤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시즌 J리그와 이번 중동 원정에서 보인 활약을 이어간다면, 남아공 월드컵 본선 엔트리 명단에서 탈락했던 씁쓸한 기억을 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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