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접시 깨는 사람만 되지 말자"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11.16 11: 04

김기태(42) 감독이 "이제부터 LG는 '내가 아닌 우리'"라는 점을 강조하며 '팀'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본격적인 LG 트윈스 체질 개선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새롭게 LG 사령탑에 오른 김 감독은 지난 6일부터 진주 연암공대에서 1.5군 위주로 꾸려 마무리 훈련을 시작했다. 15일 오후 진주 연암공대 야구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기태 감독은 "선수들이 강한 스케줄 때문에 누군가가 힘들다고 포기할 것 같은데 아직까지 그런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서 "모두가 지금과 같은 분위기를 이어가려고 잘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특히 강도 높은 훈련이 알려지면서 진주 캠프는 지옥캠프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막상 현장에 와보니 선수들의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과 웃음이 넘쳤다.

그 중심에는 김기태 감독과 코칭 스태프, 그리고 고참급으로 참가한 봉중근, 정재복, 이대환의 솔선수범이 조금씩 팀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시작은 코칭 스태프들이 끊었다. 김기태 감독의 제안으로 코칭스태프는 훈련장에서 만큼은 절대로 짝다리로 서지 않았기로 했다. 이유가 있었다. 김 감독은 "훈련장에서 펑고 배트에 기대 서 있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다.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코칭스태프의 작은 변화는 고참 선수들에게까지 이어졌다. 사실 봉중근, 정재복, 이대환은 진주 캠프에 안 와도 됐다. 그러나 이곳을 찾았다. 봉중근은 시즌 초 왼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으며 에이스로 역할을 감당하지 못했다. 이제는 중고참이 된 정재복도 수술과 부진이 겹치며 올 시즌 1군에 오르지 못했고, 이대환도 올 시즌 LG 유니폼을 입었지만 특별히 보여준 것이 없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진주를 자원했고, 10여일 정도 지난 지금까지 매일 어린 선수들을 독려하며 분위기 메이커로서 역할을 주도하고 있다. 15일 첫 자체 청백전이 열리기 전 미리 양팀으로 선수단을 나눠 패하는 팀원 모두가 야구장에서 숙소까지 5km가 넘는 곳을 뛰어가자고 제안했다. 실제로 봉중근, 이대환, 정재복 모두 경기에서 패하자 숙소까지 달려갔다. 후배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그 뒤를 따랐다.
위에서 말한 코칭 스태프의 짝다리 금지와 베테랑 선수들의 솔선수범은 매우 사소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은 팀을 하나로 만드는데 작은 변화에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
김 감독은 연인과 데이트를 하고 있는 고급 레스토랑을 예로 들었다. 김 감독은 "우리가 보통 연인과 데이트를 할 때 고급 레스토랑을 가지 않느냐.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쨍그랑 접시를 깨뜨리면 어떻게 되겠냐. 그 좋은 분위기가 다 깨진다"면서 "우리 선수들도 지금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지금 이 분위기를 깨려 하지 않는다. 접시를 깨는 사람만 되지 말자"고 힘줘 말했다.
사실 LG의 마무리 훈련 스케줄은 매우 빡빡하다. 5일 훈련 후 하루 휴식이다. 8개 구단 마무리 훈련이 보통 3일 훈련 또는 4일 훈련 후 휴식이라는 점을 놓고 볼 때 파격적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피곤하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3,4일이 지난 시점에서 피로를 이겨봐야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자율 산책을 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빠지지 않고 함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는 이번 진주 마무리캠프에서 비교적 기간도 짧고, 팀 내 모든 선수들이 참여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을 남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작은 실천으로 조금씩 분위기가 변해가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김 감독도 "LG라는 팀 유니폼을 입고 뛴다면 자기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식구가 살려면 나만 잘하면 될 것 같지만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고 말해 앞으로 있을 스프링캠프에서도 지금과 같은 훈련 분위기와 열정을 선수들에게 바라는 듯 했다.
agass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