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봉중근(31, LG 트윈스) 지난 6일부터 시작된 진주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솔선수범'이라는 너무도 명확한 리더십으로 어린 선수들 이끌고 있다.
15일 진주 연암공대 야구장에서 만난 봉중근은 분주했다. 마무리 캠프 시작 후 첫 자체 평가전이 열리는 동안 그는 자신이 입고 있던 윈정팀을 향해 박수와 파이팅까지 외쳐가며 끊임없이 응원했다.
이유가 있었다. 만약 이날 경기에서 원정팀이 패할 경우 그는 경기장에서부터 숙소까지 걸어서 1시간, 뛰어서 25분 가량 걸리는 거리를 후배 선수들과 뛰어야 했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침 7시부터 시작한 훈련이 모두 끝난 시점에서 또 다시 훈련을 해야 하기에 보통 이상의 피로가 동반할 수 밖에 없다.
결과는 봉중근의 예상을 깨고 원정팀이 마지막 이닝인 7회말 4-1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4-5로 패하면서 봉중근은 러닝조로 당첨됐다.
그는 경기 중간중간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오심을 저지른 심판을 향해 "심판 자냐"부터 포스트시즌에 이만수 감독이 보여줬던 것처럼 심판을 향해 거칠게 항의도 했다. 그의 그런 모습에 후배 선수들은 피로를 잊고 경기에 집중했다.
4-4 순간이 되자 홈팀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에게 "같이 죽자"며 은근히 무승부를 제안했다. 7회 갑자기 동점 또는 역전 상황이 될 것 같자 김기태 감독은 "무승부는 패배다. 비기면 둘 다 뛴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봉중근은 "힘든 훈련 일정 속에서도 선수들과 즐겁기 훈련하기 위해서 나를 비롯한 정재복, 이대환 등과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나 역시도 힘들지만 이런 벌칙이 나오면 군말하지 않고 뛴다"며 웃었다.
그런 봉중근의 모습에 김기태 감독도 "봉중근이 곁에 있어서 든든하다"고 말할 정도로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봉중근의 작은 변화와 희생이 LG 훈련에 감초와 같은 모습이었다.
agass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