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FA' 임재철의 유-무형적 가치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11.16 08: 53

30대 중반의 나이로 평가절하 받기는 기록 가치가 높다. 또한 자기관리 능력에서 팀 내 최고임을 인정받는 만큼 동료들의 신뢰도 또한 최고 수준. 저니맨-늦은 군입대의 삶 속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한 임재철(35. 두산 베어스)이 그 주인공이다.
올 시즌 임재철은 왼 발목 충돌 증후군 오진으로 인해 3개월 여를 손해보며 36경기 3할2푼1리 2홈런 10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오는 22일 한국형 룰5 드래프트 등과 관련해 김동주, 정재훈과 함께 FA를 신청했다. FA를 신청한 선수는 보호선수 40인에 상관없이 명단에 이름을 넣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팀 내 유망주 한 명을 더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9년 롯데 입단 후 삼성-한화를 거쳐 2004년 두산으로 이적한 임재철은 통산 2할6푼6리 27홈런 201타점 61도루를 기록 중.
그러나 현장에서는 리그 최고 강견 우익수로 평가받는 선수가 바로 임재철이다. 특히 우리 나이 서른을 넘은 이후 더욱 완숙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예년 그 또래의 FA들과 차별점을 둘 필요가 있다.

만 35세 임재철의 최근 5년 간 통산 성적은 461경기 2할8푼8리 14홈런 128타점. FA자격 취득 당시 나이를 감안해 비교 대상이 되는 김종훈, 김재걸(전 삼성), 전상렬(전 두산), 강동우(한화)에 비해 최소 3푼 이상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5년 간 평균 출루율은 3할8푼3리에 달한다.
최근 3년 간 팀 내 타자들과 비교해도 임재철의 컨택 능력과 출루 능력은 상위권에 해당한다. 두산 내에서 임재철보다 3시즌 평균 타율이 높은 선수는 김현수(3할2푼5리)-김동주(3할1푼)-이종욱(2할9푼9리)-최준석(2할9푼8리) 네 명. 출루율은 4할1푼1리로 팀 내 타자들 중 3위였다.
특히 동점-유주자 시 타격 성적은 3할4푼7리(49타수 17안타) 2홈런 7타점에 출루율이 4할9푼2리에 달했다. 필요한 순간 찬스 제공 능력이 뛰어났음을 증명한다. 선발 출장이 아니더라도 교체 멤버로 나올 시 임재철은 3할1푼9리(72타수 23안타) 2홈런 11타점 출루율 4할8푼5리로 막판 집중력까지 발휘했다. 3년 간 임재철의 좌투수 상대 타율은 3할1푼8리(151타수 48안타)에 출루율 4할4푼4리였다.
3년 간 타석 당 투구수에서도 임재철은 4.2개의 공을 던지게 하며 두산 타자들 중 가장 상대 투수들의 진을 빼게 했다. 이는 박석민(삼성)의 4.3개에 이어 8개 구단 전체 타자들 중 공동 2위다. 2010시즌 백업 외야수로 전락했던 임재철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서 3할5푼7리(14타수 5안타) 2타점 6득점 출루율 5할2푼6리에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서도 3할8리(13타수 4안타) 4타점 출루율 5할로 활약했다.
가장 직결되는 것은 올 시즌 9월 확대엔트리와 함께 임재철이 가세한 후 팀 성적이다. 임재철의 올 시즌 9월 이후 성적은 3할7푼5리(56타수 21안타) 2홈런 9타점 출루율 4할8푼6리로 그 기간 동안 두산은 30경기 17승 13패(승률 5할6푼7리)를 기록했다. 이는 8개 구단 전체 3위. 짧은 기간 동안 아직 자신이 팀에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던 임재철이다.
세부 기록 외에도 임재철은 팀 내 동료들의 신뢰가 굉장히 높은 선수다. 어느덧 중심타자가 된 김현수는 올해 전지훈련부터 임재철과 같은 방을 쓰며 "선배의 몸 관리 비법을 보면서 많이 배우게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올 시즌 여러 잔부상으로 고전했던 김현수는 현재 임재철과 함께 개인훈련에 몰두 중. 상근 예비역으로 2년 간 복무했음에도 복귀 첫 해인 2009시즌 2할8푼1리 6홈런 50타점 11도루로 활약했다는 점은 임재철이 얼마나 노력형 선수인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김현수 이전 룸메이트였던 민병헌(경찰청) 또한 "자기관리의 화신"이라며 선배를 칭찬했다. 새로운 주장 후보 중 한 명으로 추천되고 있는 김선우는 손사래를 치며 "나보다 자기관리 능력이 뛰어나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임)재철이 형이야 말로 주장으로서 손색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임재철이 두산에서 보낸 6시즌 동안 그에 대한 악평은 거의 없었고 팀 내부에서도 좋은 평가 일색이었다.
그러나 우선협상 기간 동안 두산이 임재철에게 제시한 금액이 높지 않다는 것이 주변의 이야기. "은퇴를 앞둔 노장에게 책정한 듯한 액수를 듣고 솔직히 놀랐다"라는 것이 한 동료의 귀띔이었다. "FA 자격을 얻더라도 내 가치를 제대로 알아준다면 가장 오래 뛴 두산에서 다시 제대로 공헌하고 싶다. 내가 스타급 거액을 받을 선수는 아니지 않는가"라며 공공연하게 이야기한 임재철이 다소 낙심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거물 신인과 스타 플레이어에게 쏟는 대형 투자는 구단의 이미지를 탈바꿈하거나 확고히 만들어준다. 그러나 팬들에게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내실있는 선수에게 보여주는 햇볕 같은 투자는 선수 본인의 의욕을 높여주는 동시에 팀 선수들에게 구단에 대한 애정을 더욱 높여주는 시너지 효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두산이 과연 남은 우선협상 기간 동안 '명품 조연' 임재철을 가치 절상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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